“성사되면 돈 줄게”… 주간사 선정부터 차질빚은 정부의 NXC 지분 매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 /뉴스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15시 3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정부가 넥슨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가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매각에 나선 가운데, 매각 절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주간사 선정 작업부터 난항에 빠졌다. 이미 두 차례 NXC 지분 매각에 실패한 만큼 성사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주간사에 지급할 수수료를 ‘성공 보수’로 한정한 게 패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진행한 NXC 지분 23.9%에 대한 매각주간사 선정 입찰에 1개사만 참여하면서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로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정부가 보유한 NXC 지분 85만1968주(23.9%) 전량이다. 이는 2023년 5월 김 창업자의 유족들이 상속세 명목으로 정부에 물납한 물량이다. NXC는 넥슨그룹의 지주회사로 일본에 상장된 넥슨재팬을 자회사로, 한국의 넥슨코리아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일부터 NXC 23.9%를 매각하기 위한 주간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공개입찰에도 매각에 실패하자 매각주간사를 통해 직접 매수자를 찾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매각 절차의 첫 단계인 주간사 선정 작업부터 삐걱거리면서 암초를 만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주간사 수수료 지급 방식이 ‘성공 보수’인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회계자문사·법률자문사에는 중간 수수료를 지급하는 반면 매각자문사에만 매각 성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회계자문사와 법률자문사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 단계인 회계·세무 실사보고서 및 기업가치 평가보고서, 법률 실사보고서 제출일에 전체 수수료의 50%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보유 중인 NXC 지분은 매각 성사 가능성이 적은 만큼 주간사 선정 작업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넥슨 일본법인이 아닌 지주사인 데다 소수지분이라는 게 매력 반감 요소이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 전량을 인수해 NXC의 2대 주주가 되더라도 사업 회사이자 ‘본체’인 넥슨재팬 지분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권을 갖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NXC는 비상장사라 추후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 난도도 높다.

매각주간사 선정 작업이 늦어지면 정부에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NXC 지분 전량 매각 성공을 가정하고 세외수입 3조7000억원을 이미 예산에 반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 관리 목표도 지키기 어려워진다. 기재부는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재정 적자 규모를 GDP의 2.9%로 예상했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NXC 지분 매각 실패 시 3.1%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NXC가 물납 주식을 자사주로 재매입해 소각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도 물납 주식 우선매수제도를 손질해 상속인이 물납 주식을 평가액보다 20~50% 낮은 가격으로 재매입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다만 NXC 등 대기업은 우선매수제도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내년 주간사를 통한 매각 절차를 진행한 뒤 제도를 개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캠코는 조만간 매각주간사 선정 작업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재입찰도 유찰된다면 제한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선정 방식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매각 중인 NXC 지분은 소수지분으로 경영권을 갖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가 예상하는 최소 금액인 3조7000억원에 매각할 수만 있다면 100억원에 가까운 성공 보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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