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무·저해지보험 해지율 하락, 그 후 벌어질 일들

원칙모형 적용 압박받는 보험사 수익 직격탄
해지율 하락하면 보험료 5~15% 상승 불가피
소비자 선택권 제한에 담합 비춰질까 우려도

금융당국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을 보수적 가정(원칙모형)으로 적용토록 사실상 강제하면서 보험사 실적 저하와 소비자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 4월로 미뤄진 보험료 일괄 상승 여파가 업계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해지율 모형을 원칙모형(로그-선형모형)으로 선정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미 금감원은 간담회 전 다수 보험사들을 상대로 "예외모형을 선택할 경우 대주주 면담을 진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대요.

엄격한 요건을 내세웠지만 예외모형을 허용했다 말을 바꾼 것이라 "적반하장식 겁박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죠.▷관련기사 : "무·저해지보험 관련, 거역하면 내년 검사 1순위" 말바꾼 금감원(11월11일)

무·저해지보험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지급하는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절반으로 낮추는 대신, 기존 대비 30%가량 싼 보험료를 장점으로 내세운 상품인데요. 올 상반기 기준 보험업계 전체 무·저해지보험 신계약(보장성 초회보험료) 비중이 63.8%에 달할 정도로 대거 판매됐죠.

수익성 하락 어쩌나…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이런 무·저해지보험에 적용하는 예상 해지율을 높여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당국이 나서 문제를 바로 잡기로 한거죠. 원칙모형을 통해 예상 해지율을 하향시켜 이익을 과도하게 계상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보험사들이 원칙모형을 선택하면 새 회계제도(IFRS17)상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조정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물론 각사별로 사정은 다릅니다. 앞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선두사인 삼성생명은 1000억원, 삼성화재는 2000억원 안팎의 CSM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고요.

한화생명 역시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이미 보수적 가정으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을 관리하고 있어 제도변경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화손해보험은 1900억원가량 CSM이 줄어들고요. 동양생명은 40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저해지보험 비중이 적지 않은 보험사들은 영향이 클 전망인데요.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DB손해보험은 8000억원, 현대해상은 6000억원의 CSM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어요.

보험료 상승에 '담합' 우려까지

이와 더불어 무·저해지보험 가격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해지율 가정은 올해 결산부터 적용되지만 상품개정은 내년 4월까지로 시차를 두면서 보험료가 5~15%가량 인상될 전망이라고 해요. 해지율이 높으면 미래에 줄 보험금도 줄어 보험료를 낮출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된 거라서요.

이를 이용한 절판마케팅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건전한 제도 정착을 기대한다"면서도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 우려스럽다"고 했죠.▷관련기사 : 당국,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메스…결국 보험료만 오른다(11월4일)·내년초 보험 역대급 절판마케팅?…금융당국이 판 깔았다(11월7일)

보험업계는 향후 일괄 보험료 인상이 담합으로 비춰질까 우려합니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지만, 부당 공동행위 중 상품의 종류·규격 제한에 해당할 수 있어서 랍니다. 보험사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백내장 수술 보험금 미지급 담합 의혹 결론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우려가 중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 공정위, 손보업계 손본다…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정조준'(2023년 5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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