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한국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이상반응’ 낮게 나타나” [건강한겨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 11월2일 대한치매학회에서 레켐비 임상 3상 연구 중 한국인 참여집단 분석 결과와 레카네맙 투약 권고안 등의 내용으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 학회 집행부 모습. 왼쪽부터 문소영 학술이사(아주대병원), 고성호 총무이사(한양대구리병원), 최성혜 이사장(인하대병원), 김병채 회장(전남대병원), 정지향 홍보이사(이대서울병원). 최지현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국내에 출시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에 대한 한국인의 이상반응 우려가 크게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적으론 뇌부종과 미세뇌출혈 등 안전성 논란이 있으나 한국인에게선 그런 우려가 적다는 것이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2일 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레켐비 임상 3상 연구 중 한국인 참여집단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레켐비와 위약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체 1795명 중 한국인은 130명 수준이다. 연구 결과, 18개월간 인지기능 및 치매 증상을 약 27% 지연한 치료 효과에선 한국인도 거의 동일했던 반면, 이상반응 발생률은 전체 26.4% 대비 13%로 크게 낮았다.





한겨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 에자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우려가 큰 이상반응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증세’(ARIA)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ARIA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Aβ·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단백질)가 제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뇌혈관 벽에 단백질 덩어리가 침착되거나 혈액-뇌 장벽이 손상돼 발생한다.



박 교수는 “한국인 투약 집단의 치료 효과는 엇비슷했으나, ARIA 이상반응 비율은 전체 대비 절반 수준”이라며 “이마저도 대부분은 부작용 대응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거나 24시간 이내 약을 쓰면 문제가 없는 (중증도 5단계 중) 1단계 수준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RIA의 두 가지 유형 중 하나인 ‘뇌 혈관성 부종 등 이상반응’(ARIA-E) 발생률의 경우 전체 12.6% 대비 한국인은 5.6% 수준이었고, 또 다른 유형인 ‘뇌미세출혈과 지주막 내 표재성 철침착증(혈액 내 철 성분의 과잉 침착) 등의 이상반응’(ARIA-H)은 전체 17.3% 대비 11.1% 정도였다. 특히 ARIA-H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인 ‘증상적 뇌미세출혈’ 증세는 한국인에게선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에서 1.4%, 아시아계(303명) 0.7% 수준인 것을 고려해도, 국내 투약 환자의 안전성 우려가 한결 가셨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지금으로선 정확한 이유를 예단하긴 어렵다”며 “참여 집단이 작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시아인 전체에서 유사한 경향성이 나오기에 인종적 특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기존에도 뇌미세출혈은 치매 합병증의 하나로 보고됐으나, 레카네맙 개발 이전까진 잘 알려지지 않아 부작용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측면도 있다”며 약물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이후에도 학계에서 한국인 대상 안전성 관련 추가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체로 경증에 그치는 주사 이상반응은 상대적으로 자주 보고돼 이에 대한 국내 의료계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권고도 나왔다. 각 병원에서 진료실과 주사실 사이의 공조체계, 투약 후 30분~3시간에 걸쳐 철저히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위해 주사실에 별도 병상과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이상반응엔 피부 이상 증세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나 아나필락시스 쇼크(면역 체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물질에 대해 과민 반응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등을 포함한다.



학회는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레카네맙 투약 권고안(https://doi.org/10.12779/dnd.2024.23.4.165)을 구축해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의료진을 교육할 예정이다. 해당 권고안은 레카네맙 투약 금지 환자군을 지정하진 않으면서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어렵거나 주사제 과민증을 보이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겐 신중하게 처방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유연하면서도 엄격한 투약 기준을 적용·준수하는 방침을 골자로 한다. 또한 학회는 처방 환자의 치료 효과와 이상반응 등 국내 투약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조이 알츠(JOY-ALZ) 레지스트리 사업’도 진행한다. 향후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국내 치료 방침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은 뇌·신경 활동의 노폐물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축적을 막아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증세 악화 속도를 지연한다. 국내에선 12월 연간 3천만원 내외(전액 비급여)의 가격으로 출시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처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방 환자는 2주에 한 번씩 내원해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한다.



최지현 객원기자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