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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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회사가 취득하는 자기주식) 매수에 착수하며 재원 마련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현금 조달이 자회사들의 배당 정책은 물론, 환율 등 거시 지표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부터 10조원어치의 자사주 분할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을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 분기 보고서 및 한국기업평가 자료 등을 보면,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말 현재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이하 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16조6천억원이다.
문제는 당장 가져다 쓸 수 있는 실탄보다 나갈 돈이 더 많다는 점이다. 당장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장기부채’가 22조3천억원에 이른다. 부채의 대부분인 22조원은 반도체 업황 침체기인 지난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시설투자 목적으로 저리에 빌린 돈이다. 이 차입금의 만기는 내년 8월16일이다.
돈 쓸 곳은 이뿐 아니다.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연간 배당금이 9조8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돈 10조원을 더하면 1년 내에 마련해야 하는 돈이 약 42조원에 이른다. 이는 현금성 자산 보유액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앞으로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벌어들일 현금을 감안해도, 삼성전자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1∼9월 영업을 통해 번 현금에서 각종 투자액(자본적 지출) 및 배당금 지급액 등을 빼고 회사에 남은 현금(잉여현금흐름)은 5조9천억원이다. 같은 추세대로라면 향후 1년간 영업 활동으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현금이 최대 8조원 남짓이란 얘기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과 향후 영업에서 들어올 추가 현금을 합쳐 약 25조원 정도론 자사주 매입 재원을 포함한 지출 필요액(약 42조원)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외 자회사 배당 등을 통해 모자란 재원을 당겨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국외 자회사 등이 해외 유보금 형태로 보유한 돈을 우선해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국내 본사가 받은 배당소득에 붙는 법인세를 깎아주도록 제도를 바꾸자, 국내로 들여오는 돈을 대폭 늘렸다. 삼성전자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해외 자회사 등에서 받은 배당금 수익은 29조1천억원으로 1년 전(4조원)에 견줘 7배 넘게 불어났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지난해 해외 자회사에 쌓인 대규모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가지고 들어오며 환율이 내리고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박동흠 회계사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등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받거나 자회사 배당 등을 받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외 자회사 외에도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 지분율 84.78%), 삼성에스디에스(SDS, 22.58%), 삼성전기(23.69%), 제일기획(25.24%) 등도 현금을 많이 보유한 계열사다.
삼성전자 쪽은 자사주 매입 재원에 대해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해외 법인들로부터 배당을 받고 있는 만큼 송금 비용 등을 따져보고 각 지역에 묶인 유보금을 가져오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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