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공지능(AI) 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21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소위를 통과하면 오는 27일 열리는 전체회의 안건에 오르게 되고, 여기서 의결되면 법제사법위원회 판단을 거쳐 12월 중 열릴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AI 업계는 AI 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AI 기본법을 계기로 AI와 관련한 법적 규제의 틀이 마련돼 정책·사업 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 등 AI 부작용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AI 기본법이 이후 제정될 각종 관련 법의 뼈대가 될 수 있다. 또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 여러 개별 법에 산개한 딥페이크 관련 규제 등을 적용할 때도 AI 기본법에서 규정되는 전반적인 규제 방향성이 반영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기본 골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고 정책 현장에서도 느끼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향후 AI 진흥계획을 발표하고 AI 지원 예산 등을 책정할 때 AI 기본법이 법적 뒷받침을 할 수도 있다. 대다수 AI 기본법 법안 내에는 △AI 기술 개발과 안전한 이용 촉진을 위한 사업 지원 △기업의 AI 기술 도입·활용 지원 △AI 기술·산업 진흥을 위한 AI 기본계획 수립·시행 등 다양한 규정들이 명시돼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활성화, AI 실증 규제특례 등을 언급한 법안도 발의됐다. 오는 27일 출범하는 AI 안전연구소 역시 AI 기본법이 법적 근거가 된다.
AI 기본법이 여야 간 대립하는 법안이 아니고 정치권에서도 AI 기본법의 조속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소위에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실제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 수준이 막판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AI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기본권 보호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AI를 일컫는다. 현재 발의된 AI 관련 법안 대부분은 고위험 AI의 범위를 △의료·보건 △채용·대출 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판단·평가 △생체정보처리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에 사용되는 AI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법안에서는 보다 촘촘하게 고위험 AI의 범위를 설정했다.
기본적으로 대다수 AI 법이 고위험 AI를 개발·운영하는 사업자에 다양한 책무를 부여했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특별한 처벌 규정은 없다. 다만 지난 7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에는 고위험 AI에 대한 검·인증을 받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달 들어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AI 법에도 고위험 AI에 대한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각각 과태료를 5000만원·3000만원 부과하는 조항이 있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AI 자체에 대한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아직 산업 육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관련 처벌 규정이 법에 명시됐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AI 기본법에서 이를 어느 수준까지 규제하느냐가 향후 논의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벌칙 규정을 법에 명시하면 새로운 AI 기술이 나오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때 빠른 대처가 어렵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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