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사내이사 사임한 민희진…1000억 풋옵션 권리 향방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지난 20일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하며 그가 지닌 1000억원가량의 어도어 지분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권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전 대표는 이날 공식입장문을 통해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에 주주간계약 위반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어도어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민 전 대표는 작년 초 대표이사 당시 하이브와 어도어의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소속 걸그룹 ‘뉴진스’의 성공을 이끈 덕분이었다.

이 계약에는 민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 중 13%를 하이브에 되팔 권리, 즉 풋옵션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민 전 대표가 내년 풋옵션을 행사한다면, 그 가격은 약 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도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다. 민 전 대표는 2대 주주(18%)다.

◇하이브·민희진 분쟁 핵심…어도어 주주간계약과 풋옵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뉴스1

하이브는 지난 7월 ‘뉴진스를 빼돌리려 했다’며 민 전 대표에게 어도어 주주간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민 전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찬탈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뉴진스의 성공을 이끌었는데, 하이브가 경영권 찬탈이라는 해괴한 프레임을 씌우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주주간계약 해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하이브는 법원에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현재까지 법원의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민 전 대표가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하이브의 어도어 주주간계약 해지를 받아들였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에 체결된 주주간계약은 ‘하이브, 민희진 분쟁’의 핵심이다. 이 계약에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 권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해지되면 민 전 대표가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 권리도 사라질 수 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지난해 초 하이브로부터 어도어 지분 18%를 11억원에 매입했다. 하이브는 원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지만, 고액의 세금을 내야 하는 민 전 대표의 상황을 고려해 스톡옵션을 취소하고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11억원에 산 지분 18% 중 13%를 하이브에 되팔 권리(풋옵션)도 함께 받았다. 풋옵션 행사 가격은 최근 2개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로 정했다. 영업이익에 13을 곱한 값을 기업가치(시가총액)로 정한 뒤, 지분율만큼 매수해 줘야 한다는 의미다. 민 전 대표가 내년 풋옵션을 행사하면 그 가격은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스1

이 주주간계약은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지기 전 이뤄진 것으로, 어도어의 성장을 이끈 민 전 대표에 대한 보상 차원이 작용했다. 2021년 11월 어도어 대표이사에 오른 민 전 대표는 이듬해 뉴진스의 성공을 이끌며 어도어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어도어는 뉴진스가 데뷔한 해인 2022년 매출 186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매출 1102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적자(영업손실 40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해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풋옵션 가치 하락하나

하이브는 주주간계약이 해지된 상황에서 민 전 대표가 8월 대표이사에 이어 지난 20일 사내이사까지 사임한다면, 계약에 대한 법적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타의 일반 주주가 아닌 회사를 경영해 성장시키는 대표이사 자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 전 대표는 20일 공식입장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하이브에 주주간계약 위반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민 전 대표는 11월 초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일부 주식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하이브에 통보한 바 있다. 이 금액은 약 260억원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는 또한 20일 법원에 풋옵션 행사에 따른 대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민 전 대표가 내년 풋옵션을 행사하면 올해 어도어의 실적이 작년을 능가할 가능성이 커,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앞서 알려진 약 1000억원이다.

그러나 하이브는 주주간계약 법적 효력 상실을 이유로 풋옵션 행사를 불가하고 있다. 이제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만약 법원이 하이브의 손을 들어준다면 민 전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지분 18%를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비상장 장외 주식으로 거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민 전 대표가 가져갈 주식가치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사는 “실제 어도어 주식의 거래 가치를 따져봐야겠지만, 민희진 전 대표가 ‘영업이익의 13배’라는 풋옵션 권리를 잃는다면 어도어 지분 보유 주식 매각 시 그만큼 매각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진스, 민희진과 한배 타나

그룹 뉴진스. /뉴스1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떠나면서 뉴진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뉴진스는 지난 13일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을 시정하라는 요구가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러면서 14일 이내 답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진스는 특히 ‘하이브가 자신들을 버리고 새로운 판을 짠다’는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를 문제 삼았다. 뉴진스는 내용증명을 통해 “하이브가 ‘뉴(뉴진스를 지칭)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고 결정을 했는데, 이 결정을 한 데 대해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밝혔다.

이에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뉴진스와 함께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는 뉴진스가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는 통상 소속사에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에 속할 수 있는 부분을 전달하고 이를 개선할 기간을 준다”며 “이후 소속사가 제대로 답을 하지 않고 대응하지 않으면 전속계약 해지 소송 또는 전속계약 효력금지 가처분 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bra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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