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금고지기 경쟁…12개 은행 출연금만 6500억 달해
신한은행 2300억 ‘전체의 36%’…서울시 출연금이 절반 이상
농협은행 187개 지자체 확보…금고 규모 대비 출연금은 0.07%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은행권이 수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지기가 되기 위해 출연한 금액이 6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신한은행이 납부한 출연금만 2300억원 이상으로 전체 은행의 36%를 차지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187개 지자체 금고를 운영 중인 농협은행의 출연금도 2000억원에 달했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기업대출 연체율 악화 등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 속에서 기관 영업에 힘을 싣고 있다. 그간 지방은행들이 관례적으로 맡아온 지방 금고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중이다.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연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은행 지방자치단체 금고 은행 선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말 기준 12개 은행이 지자체에 출연한 금액은 총 6487억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금고 규모는 456조8469억원이다.
12개 은행 중 지자체에 출연한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이 금고 운영 기관으로 선정된 지자체에 납부한 출연금은 총 2345억2000만원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특별시·광역시·도청·시청 등 총 24개 지자체 금고를 운영 중이다. 각 지자체로부터 수탁받은 금고 규모는 총 80조5213억6700만원이다.
신한은행의 출연금 대부분은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에 투입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2년 운용 규모만 48조원에 달하는 서울시금고 입찰전에서 1330억원을 출연하면서 1·2금고를 모두 따냈다. 신한은행의 서울시 출연금은 은행권의 단일 지자체별 출연금 기준으로도 최대 규모다.
서울시금고는 1915년 우리은행 전신인 조선상업은행이 금고 약정을 맺은 후 우리은행이 관리해왔지만 2018년 신한은행이 103년간의 독점 체제를 깨는 데 성공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금고 선정 기준 중 높은 배점을 차지했던 출연금을 우리은행(1250억원)의 2.4배인 3000억원으로 써내면서 1금고 운영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1000억원을 제시했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와 과태료 21억311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해당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 중 393억원은 금고 운영 계약을 이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사항으로, 서울시에 제공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한은행은 2022년 인천시금고 입찰에서는 554억원의 출연금을 제안해 2007년부터 맡고 있는 1금고 자리를 지켜냈다.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기 위해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출연금을 약정한다. 약정한 금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눠 매년 현금으로 내면 지자체는 이를 용도 제한 없이 예산으로 편성해 사용한다. 은행들은 지자체 출연금을 기부금이나 광고홍보비 등 비용으로 처리한다.
신한은행 다음으로 지자체 출연금이 많은 곳은 농협은행으로 총 1965억3200만원을 납부했다. 농협은행이 가장 많은 금액을 출연한 지자체는 경기도다. 농협은행은 2020년 경기도금고 선정 당시 600억원의 출연금을 써냈다.
농협은행은 현재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187개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12개 은행 지자체 금고(290개)의 64.5%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탁 금고 규모는 280조3181억원으로 12개 은행 전체 금고 규모의 61.3%를 차지한다.
농협은행의 수탁 금고 규모 대비 출연금 비율은 0.07%로 전체 평균인 0.2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협은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금에도 사실상 지자체 금고를 독점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금고 선정 평가 시 ‘지역 주민 이용 편의성’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꼽힌다.
해당 항목에는 각 은행의 지자체 행정구역 내 지점 수 등이 포함되는데, 농협은행은 현재 1102개 지점을 (출장소 포함) 운영 중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중 유일하게 지점 수가 1000곳이 넘는다.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르면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은 크게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25점) ▲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7점) ▲지역주민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2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7점) ▲지역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자치단체 조례 또는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11점) 등으로 나뉜다.
우리은행의 지자체 출연금은 606억7000만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592억원) ▲부산은행(303억원) ▲하나은행(182억1500만원) ▲iM뱅크(159억7000만원) ▲IBK기업은행(98억8600만원)▲경남은행(91억5500만원) ▲광주은행(68억1000만원) ▲전북은행(59억5700만원) ▲제주은행(15억원) 순이었다.
금고 은행으로 선정된 지자체 수는 ▲농협은행(187개) ▲신한은행(24개) ▲국민은행(19개) ▲우리은행(15개) ▲iM뱅크(11개) ▲경남은행(10개) 순으로 많았다. 나머지 은행은 10개를 밑돌았다.
은행으로부터 가장 많은 출연금을 받은 지자체는 ▲서울시(1330억원) 경기도(757억원) ▲인천시(617억5000만원) ▲부산시(405억원) ▲대전시(111억원) 순이었다. 지자체가 제시한 출연금은 ▲서울시(2664억원) ▲인천시(1235억원) ▲경기도(1010억원) ▲부산시(405억원) 순으로 많았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12개 은행이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출연한 금액은 2조5123억원에 달했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납부한 은행 역시 신한은행(1조37억원)이었다. 다음으로 ▲농협은행(6061억6300만원) ▲우리은행(4058억 3100만원) ▲국민은행(1454억1200만원) ▲iM뱅크(950억3600만원) 순이었다.
은행들이 출혈경쟁까지 펼치면서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 뛰어드는 건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 수익원을 확대하고 평판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매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한다.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해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도 우선 참여할 수 있고 공무원과 가족을 비롯해 산하기관까지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따라붙는다. 시·군·구청사에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 등도 있다.
과거에는 지방에서의 영업력이 큰 농협은행과 해당 지역의 지방은행이 주로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냈다. 하지만 2012년 정부가 모든 지자체에 대해 금고 은행 지정 방식을 공개입찰로 바꾸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시중은행이 자본력을 앞세워 지방 금고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다. 지난 9월 부산시 2금고 운영 기관으로 선정된 국민은행은 올해 부산신용보증재단에 올 3월과 5월 각각 60억원씩 출연해 총 12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부산은행 출연금(1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올해 남은 굵직한 금고 입찰은 경기도금고가 있다. 경기도는 이날부터 22일까지 금고 운영 제안서를 접수하고 내달 19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현재 경기도 제1금고는 1999년부터 농협은행이, 제2금고는 2021년부터 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올해 경기도 예산 규모는 일반회계 32조2000억원, 특별회계 3조9000억원, 기금 4조2000억원으로 총 40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3일 열린 차기 도 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설명회에는 5대 은행을 포함해 기업은행과 새마을금고, 신협중앙회 등 8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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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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