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미국만 유일하게 반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나와
20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을 제외한 14개국 안보리 이사국들이 가자지구 휴전안에 대한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다./유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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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사이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채택이 무산됐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4개국이 모두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날 결의안 채택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강력히 비판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자국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안보리는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가자지구 휴전결의안을 채택하려 했다. 이 결의안은 상임이사국(5개국)을 제외하고 한국을 포함한 10개 선출직 이사국(E10)이 제안한 것이다. 결의안에는 전쟁 당사자들의 무조건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부를 포함한 가자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안보리는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안보리는 지난 3월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을 한 차례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엔 미국(기권)을 제외한 14개국이 모두 찬성했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우리는 인질 석방에 실패한 무조건적인 휴전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면서 “이 두 가지 목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이번 결의안은 그 필요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가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가자지구 휴전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유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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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이 부결되자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아마르 벤자마 알제리 대사는 “안보리, 유엔, 국제 사회 전체에 슬픈 날”이라면서 “결의안 초안이 이상과는 거리가 있지만 우리가 단결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 담겼다”고 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러시아 대사는 “미국은 수개월간 가자지구의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안보리의 조치를 방해하고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쟁의 한 편에 섰다”면서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서 생명을 구하려는 조치를 막는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시급한 사안에 대해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푸총 중국대사는 “미국의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와 국제법의 권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미국은 안보리 회원국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안보리가 휴전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결의안 작성에 참여한 한국도 부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즉각적인 휴전은 선택사항이 아니고 가자지구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한국은 휴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고 모든 인질이 조속히 석방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나온 마제드 밤야 팔레스타인 상임 부대표는 “휴전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면서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동안 살인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대니 다논 이스라엘 대사는 “가자지구의 끔찍한 상황에 대한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면서 “작년 10월 7일에 납치된 인질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가 20일 안보리에서 결의안 찬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유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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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결의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어느 한 나라도 반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 상임이사국들은 자국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에 따라 반대권을 사용하면서 국제 사회 평화와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3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이 부결됐고 패널이 활동을 종료했다. 2022년 10월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중국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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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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