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씨 인터뷰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 김문기(왼쪽)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유동규(가운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 /이기인 전 성남시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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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사과를 바라지 않습니다. 사과받을 시기는 이미 지났고요.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가족들의 상처가 회복되지도 않잖아요.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만 바랄 뿐입니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의 동생 김대성씨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이번 판결로 가족들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편해지지 않았을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 어머니는 형의 묘소에 찾아가서 통곡하셨다. 자식 앞세운 부모인데 그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80대 노모는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문기가 왔다”며 버선발로 문 앞에 나갔다고 한다. 김씨는 “그런 어머니를 아버지가 끌어안고 말렸다”고 했다.
김문기 전 처장은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장동 사업’의 실무자였다. 그는 2021년 12월 21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지기 전날 공사는 개발 정보를 유출했다며 김 전 처장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했다. 김대성씨는 “일반 사람들은 경찰서만 가도 심장이 뛰고 가슴이 떨리는데, 그 고통, 압박감을 어떻게 견디겠느냐”며 “평생 일밖에 모르던 사람인데 전 국민이 다 보는 사건 한가운데서… 혼자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시장 시절 몰랐던 사람“ ”유동규(성남도시개발공사 전 본부장) 밑의 직원에 불과하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1월 김 전 처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간 사진이 공개됐는데도 이 대표 측은 “단순 동행한 산하기관 직원이라서 후보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의 발인날인 12월 24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재명C와 혜경C의 크리스마스캐럴’이라는 제목으로 산타 옷을 입고 춤추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대성씨는 “‘김문기 모른다’는 말보다 산타클로스 옷 입고 나와서 춤춘 거, 그게 정말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경악했다. 어머니는 이 영상을 보고 오열하고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김씨는 또 ”장례 기간 내내 이재명으로부터 어떤 조의도 없었다.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면서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이 와서 형수님(김문기씨 아내) 붙잡고 이야기를 하기에 제가 가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 운전기사의 빈소는 가고, 같이 일했던 직원의 빈소는 오지도 않았던 것이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숨진 이듬해 2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거 유세 차량에서 국민의당 당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유세 도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대성씨는 “이재명 주변 사람들이 벌써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면서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 행동할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의 아내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대성씨는 “형수는 형이 떠나고 아무 일도 못 하다가 이제는 잊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며 “상처가 너무 커서 형수랑 차마 통화를 못 한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은 대학을 졸업했고, 딸은 고교생이라고 한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은 작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대표의 재판에 직접 나와 “(이재명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아버지가) 식사 도중이나 저녁 밤늦게, 주말에도 방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도 줄곧 김 전 처장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설령 알았더라도 인식에 불과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문기씨와 해외 출장 중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거짓말’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말은 선거법상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형을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고, 책임감 있는 부서장이었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그 말 한마디만 했더라면….” 김대성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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