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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美 AI 인재 직접 빼오자” 中, 실리콘밸리 대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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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차이나]

대어급 노리는 中 테크 기업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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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한 테크 기업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행사에 200여 명의 기업 관계자와 투자자가 모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안 기술, 증강현실(AR) 활용 방안 등 현지 최고 수준 엔지니어들의 기술 강연이 이어졌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스타트업·투자 네트워킹 행사를 가보면, 몇 달 새 중국인들이 부쩍 늘었다”며 “행사장에서 명함을 돌리며 AI 엔지니어들을 접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중국 테크 기업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AI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직접 ‘AI 인재 사냥’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첨단 칩을 중국으로 반입하기 어려워지자,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최고 수준의 AI 인력을 확보해 기술 개발을 하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에 있는 법인이나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재가 없다. 이를 통하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반도체를 활용한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실밸 AI 인재 노리는 中 빅테크

실리콘밸리에서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곳은 중국의 빅테크들이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이 미국 경쟁사 직원을 빼내 캘리포니아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에 미국의 응용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제품 마케팅 관리자 모집 공고를 올리고 있다. 채용 담당자가 직접 “캘리포니아 AI 팀을 별도의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미 빅테크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분사 후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등 두둑한 보상을 제시하며 접근하는 것이다. 채용이 이뤄지면 알리바바의 AI 기반 검색 엔진인 ‘아시오(Accio)’ 개발 업무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을 미국에서 찾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조직을 확장하고, 이곳에 고용한 일부 AI 엔지니어들을 캘리포니아와 베이징을 오가며 일하도록 하고 있다. FT는 “오픈AI 전직 연구원 한 명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을 비롯한 여러 중국 테크 기업으로부터 이직 권유 메시지 폭탄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채용한 AI 전문가를 베이징·싱가포르 인력과 함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FT는 “최근엔 중국의 유망한 AI 스타트업들도 대중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출신, 中에 기밀 넘기다 적발

실리콘밸리 현지에선 중국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노리는 인재가 일반 엔지니어가 아닌 거물급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엔비디아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현장 엔지니어보다는 C레벨(최고책임자급)을 줄 수 있는 대어급을 노린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한 명을 낚기 위해 여기저기 그물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현지 빅테크에 근무하는 중국계 인재들이 1차 타깃이 되기도 한다. 최근 중국 AI 유니콘 ‘문샷AI’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의 머신러닝 그룹 전 수석 연구관리자였던 탄 쉬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각에서는 채용보다는 산업 스파이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5월 구글 전 직원인 중국인 딩 린웨이씨가 체포됐는데, 당시 혐의가 구글의 AI 기밀을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중국 AI 스타트업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딩 린웨이씨는 구글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내용을 500페이지 넘게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한 직원은 “중국 업체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현지 대행사들을 통해 은밀하게 네트워킹 모임을 만들며 현지 최고 인재들의 이름들을 리스트로 만든다”며 “인력을 직접 스카우트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통로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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