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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내수·수출 처방전 못 내놓는 경제팀… “정부가 저성장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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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혼선 반복하며 ‘자화자찬’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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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과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되레 재정 건전성 도그마에 갇혀 내수를 진작할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부진, 수출 둔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이 이어지는데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면서 ‘여론 수비수’ 역할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한 경제 부처 간부는 “민간 주도 성장이 아니라 정부가 방치하는 저성장 상황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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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경제 활력 증진” 자화자찬

기획재정부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으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며 경기를 낙관적으로 진단했다. 지난 11일에는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경제·재정 분야 주요 성과’라는 자료를 내고 “물가 안정, 고용 확대, 수출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복합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며 “가계 부채,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켰으며 민간 중심 경제 운용으로 경제 활력을 증진했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3일 올해 1~10월 수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고 홍보하며 “2022년 기록한 역대 1위 수출 실적(6836억달러) 경신도 가능하다”고 했다.

성태윤 실장도 정책 성과를 적극 홍보했다. 그는 8월 한 세미나에서 “한국이 올해 1분기 3.3%(전년 동기 대비)에 이어 2분기 2.3%라는 높은 성장을 이뤘다”며 “재정 의존이 아닌 시장 주도의 성장 모습을 보이는 등 성장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자화자찬’식 평가는 국민이나 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있다.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장사가 안 돼 폐업한 외식업체는 올해 2분기 6290곳에 달한다. 폐업률은 4.2%로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1분기(4.4%)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신 통계인 9월 생산과 소비가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고, 3분기(7~9월)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0.5%)의 5분의 1에 그친 0.1%로 집계됐다. KDI는 “내수 회복이 제약되는 모습”,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 경기와 동떨어진 ‘경기 자화자찬’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최근 ‘경기가 좋다는 언급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요 경제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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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재정 건전성 도그마에 갇힌 경제팀

현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건전 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 정부에서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경제팀이 멈춰 섰다”는 말이 나온다. 한 경제 부처 과장은 “욕을 먹더라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대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2014년 초이노믹스(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중심의 내수 대책) 같은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재정 건전성을 신봉하는 분위기 탓에 위에는 말도 못 꺼내는 형편”이라고 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세수 결손 상황이라도 돈을 쓸 때는 써서 투자와 소비를 과감히 살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경제 부처 장관 A씨는 “경제 수장들이 재정 건전성 뒤에 숨었다”고 했다. 2기 경제팀에 대해 “성과도 과오도 없이 밋밋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상속세 인하안이 반쪽짜리 개편안에 그친 것도 건전 재정의 덫에 갇힌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실장은 6월 “(50%인 상속세 최고 세율을) 주요국 평균인 30% 안팎으로 낮추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뒤 나온 기재부의 인하안은 40%에 그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일관성 없는 대출 규제 발언에 따른 혼선과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디딤돌 대출 규제 혼란도 경제팀 수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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