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 중 연구원 3명이 숨진 가운데 20일 오전 경찰 차량이 합동감식을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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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지난 19일 차량 테스트를 하던 연구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현대차 측은 사고 당시 안전장치가 작동했는지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체임버’에서 실내주행 테스트를 하던 중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동차 전문가와 업계는 이례적인 사고로 보고 있다.
체임버는 밀폐된 공간이나 방을 뜻한다. 산업 분야에서는 제품 및 재료 테스트 시 사용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나 제약·바이오, 항공·우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이나 설비 내구성 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체임버 내부 온도를 영상 40도에서 영하 30도까지 목적에 따라 조절하거나 습도·진동·고도 등을 달리해 다양한 조건에서 차량 성능을 확인한다. 특히 롤러에 차를 얹어 고정한 뒤 제자리에서 주행시켜 배기가스가 제대로 배출되는지를 중요하게 점검한다.
하나의 체임버에는 한 대의 자동차를 테스트하는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체임버에서는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의 주행 테스트와 공회전 테스트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와 업계는 테스트 중 발생한 배기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공단에서 사용 중인 체임버 내부에는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 통상 배기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문제가 생겨 가스 농도가 일정 수치를 넘어가면 경고음이 울려 작업자에게 알리고 강제 배출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체임버가 특별히 위험한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업체에서 센서를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매뉴얼은 있지만 산소마스크 착용이 필수는 아니라고 한다. 다만 체임버에 연구원 3명이 들어간 점, 체임버 내부를 모니터링했는지 여부 등은 짚어볼 사안으로 거론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세 사람이 체임버에서 작업하는 일은 별로 없다. 페달도 눌러놓으면 되고 엔진 과열 등을 고려해 작업자는 밖에서 방폭 기능이 있는 창문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며 “배출가스 연결이나 상태부터 점검하는데 이번 사고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사고 원인을 규명해봐야 하겠지만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3명이나 있었는데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사고 현장 내 안전장치 유무 및 작동 여부 등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는 이날 담화문을 내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참담함과 비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금번 사고를 계기로 회사는 현장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의 현장 조사와 원인 규명 과정에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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