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0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공판 출석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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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사건’ 결심 공판을 앞두고 채 상병 사망 핵심 피의자로 지목됐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박 대령이 불법적인 수사를 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 측은 오는 21일 결심 공판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초동수사가 적법했고,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및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위법한 명령이었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소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사단장은 최근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사건을 심리하는 중앙군사법원에 671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박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가 “수사권 없는 불법수사”라고 주장했다. 군사법원법이 허용한 수사권의 범위를 넘어 수사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박 대령의 수사가 “불순한 동기”에서 출발했다며 “‘경찰 이첩 보류’라는 정당한 상급지휘관의 지휘권 행사를 져버리고 무리하게 이첩을 시도한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도 지난달 29일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박 대령의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언급했다. 군 검찰은 해병대 초동수사 결과를 접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등을 일컬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사건을 은폐 및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상관인 국방부 장관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을 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 역시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적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초동수사가 적법했고, 당시 이 전 장관과 김 사령관으로 이어진 ‘경찰 이첩보류 명령’이 위법한 지시였다고 소명해왔다. 대통령과 장관 등이 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었던 만큼 자신은 위법한 지시를 이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 대령 측은 지난달 14일 낸 의견서에서도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는 피고인(박 대령)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라는 교사행위에 해당한다”며 “그 위법성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이첩보류 명령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을 뿐, 자신에게 명시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상관의 명령을 어긴 것도 아니라는 취지다.
박 대령 측은 이첩보류 지시의 위법성을 추가로 입증하기 위해 이달 초 군사법원에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압수수색해달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기각됐다. 그간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비롯한 주요 사건 관계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피의자 신문조서를 제출해달라는 군사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21일 열리는 결심 공판에서는 박 대령에 대한 군 검찰의 피고인 신문과 구형이 이뤄진다. 양측은 실제 이첩보류 지시 명령이 있었는지, 그 명령은 적법했는지 등을 놓고 마지막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측은 올해 안에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선고가 나오면 현재 진행 중인 공수처의 수사외압 의혹 수사와 1년3개월 가까이 계류 중인 박 대령의 보직해임 취소소송(행정소송)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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