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0월 12일(현지시간) 발트해 연안에서 핀란드 국영 통신 인프라 운영업체인 시니아(Cinia)가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항을 잇는 해저케이블을 설치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17일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코틀란드섬을 연결하는 218㎞ 길이의 해저케이블이 절단됐다. 이어 18일엔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항을 연결하는 1200㎞ 길이의 ‘C-Lion1’ 해저케이블도 절단되면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핀란드 국영 통신 인프라 운영업체인 시니아(Cinia) 최고경영자(CEO) 아리-유시 크나필라는 브리핑에서 “이런 피해는 외부 충격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산사태와 같은 수중 지진 활동으로 인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저케이블의 수리는 통상 5~15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독일과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사보타주에 대한 의심을 즉시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행위자들의 하이브리드 전술로 유럽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이런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 대한 러시아의 증가하는 위협을 배경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 배후로 사실상 러시아를 지목한 것이다. 프랑스·영국·이탈리아·폴란드 외무장관들도 성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활동이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들이 언급한 하이브리드 전술은 전통적인 군사작전과 달리 비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작전이다. 사이버테러, 정보전. 기반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 등을 포함한다. 서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하이브리드 전술을 구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대통령상황센터에서 화상링크를 통해 태평양과 북극해, 지중해, 카스피해, 발트해에서 전략훈련 '해양-2024'의 본격적인 개시를 위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러시아 개입설을 뒷받힘 정황으로 외신들은 최근 발트해 해저케이블 인근을 순찰하는 러시아 해군의 함대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지적됐다. 지난 9월 CNN은 익명의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주로 잠수함, 해군 드론을 운영하는 엄중 경비 부대(GUGI)를 통한 러시아의 해군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저케이블 근처를 순찰하는 러시아 선박을 정기적으로 미국이 추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또한 지난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의 공영 방송사가 공동으로 선박 항로와 수중 감시 등이 포함된 데이터와 무선 통신 등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북유럽 해역에서 해저 케이블과 풍력 발전소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스파이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절단 사고 무렵 근처 지나간 中선박
중국 관련설도 나오고 있다. FT는 선박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중국 선박 ‘이펑 3호’가 지난 17일과 전날 두 케이블이 각각 절단된 무렵 그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펑3호는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해 이집트 사이드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현재 스웨덴 당국이 이펑 3호의 연루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과 케이블을 훼손한 적이 있다. 당시 운항경로 기록에 따르면 당시 홍콩에 선적을 두고 러시아 항구에서 출항한 ‘뉴뉴폴라베어(Newnew Polar Bear)호’라는 중국 화물선이 닻을 내린 상태에서 항해해 해당 가스관과 케이블을 파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시 사건이 우발적인지, 고의적인지에 대해선 현재까지 밝혀진 바 없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사건 전모를 밝히기 전에 특정 국가의 개입을 단정하는 태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사건 발생 당일 기자회견에서 “사건이든 사고든, 혹은 누가 뭐라고 부르든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불에 나무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특정 국가를 비난하기엔 이르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사건의 배후로 몰린 러시아에선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