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재부상한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 및 통상외교 강화 방안 긴급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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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논란은 지난 5일 한 유튜버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오면서다. 한 대표의 장인, 장모, 모친, 배우자, 딸과 동일한 이름으로 지난 1~2년 사이에 900여 건의 게시글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게시판은 책임당원이 실명 인증을 거친 뒤에만 게시글을 쓸 수 있다. 또 작성자 이름은 성씨만 표시된다. 다만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작성자의 글을 조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를 해당 유튜버가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당원은 한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 여론조작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수진영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쓴 작성자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국민의힘에 당원 게시판 서버와 관련된 자료를 보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당 내부로 번졌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민전 최고위원 등은 당무감사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도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친윤계 중심으로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하며 가세했다.
친윤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게시판 관리 주체는 국민의힘 홍보국으로 명시돼 있다. 홍보국장이 (게시글 작성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키워서 경찰 수사까지, 압수수색 상황까지 끌고 가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남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가족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조작을 했다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친윤계 인사들은 '당원 게시판'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당무감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9월 26일 권성동 의원이 9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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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전날(19일) 페이스북에 “진상 규명은 전혀 복잡하지 않을뿐더러 며칠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며 “한 대표 가족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가족 명의가 도용된 건지 아닌지 스스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청했다.
반면 친한계 측은 당무감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당법에 따라 일반 당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데다, 익명 게시판에 비판 글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해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원 게시판은 익명게시판인데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건 잘못된 건가”라며 “그런 걸(비판)하라고 만들어놓은 게시판인데 대통령 비판글이 있었다고 당무감사를 하겠다는 건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당무감사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당에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건데 일반 당원들이 댓글을 달았다고 당무감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 사법논란에 대해 우리가 총력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당대표에 대해 뒤통수 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해 지난 14일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한 이후 발언을 삼가고 있다.
당 안팎에선 ‘당원 게시판’ 논란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1심 당선무효형 선고로 야당 사법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여권이 더 뭉치고 단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의 일이니까 당무감사나 진상조사를 통해서 당원들에게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밝혀줄 필요가 있다. 이런 걸로 당 내부가 시끄러우면 안 되니 매듭을 지어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가면 모양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숙현 기자(cosmo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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