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 왜 안보이지?” 문 열어본 여성…장애 이웃 구한 사연

구급차./연합뉴스

매일 아침 안부를 나누던 이웃 남성이 보이지 않자 119에 신고해 목숨을 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A씨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신고받고 출동한 빌라에서 겪은 일을 공유했다.

A씨는 “빌라에 산다고 ‘빌거’(’빌라 거지’의 줄임말)라고 하는데 세상에 어쩜 그렇게 끔찍한 말은 잘도 만들어 내는지. 오늘은 그런 빌라에서 있었던 일 하나 얘기해주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은 한 빌라 3층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이었다”며 “부끄럽지만 ‘사람을 업고 내려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40대에 접어든 데다 11월이라 추워서 허리가 삐걱거렸다”고 했다.

A씨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울고 있는 젊은 여성과 입술이 터지고 안경 코 받침에 얼굴이 긁혀서 피를 흘리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며 “남성은 계속 몸을 계속 떨고 말은 어눌했다. 그가 보여준 복지 카드를 보고 선천성 뇌 병변에 더해 지적 장애까지 있는 장애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옆에서 울고 있었다.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옆집 사는 사람이라더라”며 “매일 같이 인사하는 남자가 연이틀 얼굴을 비치지 않자 걱정됐나 보다. 그래서 사흘째 되든 날 아침에 고민하다가 남자의 집 문고리에 손을 얹은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이 빌라에는 관리사무소가 없다”며 “이웃의 안녕을 확인하기 위한 여성의 최선은 직접 손을 쓰는 일이었던 거다.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고, 여자는 발작 온 뒤로 기진해서 내내 쓰러져 있던 남성을 보고 119에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때 여성은 소방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A씨가 “잘하신 건데 뭐가 죄송하냐”고 하자, 여성은 “더 빨리 신고할 수 있었는데”라며 차책했다고 한다.

A씨는 “그 순간 뭐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며 “그러니까 사는 집의 크기를 가지고 사람 마음의 크기를 재단하지 말자. 가난한 동네건 부자 동네건 꽃은 핀다”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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