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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의식 잃게 만들어 성폭행 사주한 전남편…“가부장적 마초 사회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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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가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도미니크 펠리코의 재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삽화.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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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먹여 아내의 의식을 잃게 한 뒤 수십여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사주한 프랑스 남성의 재판에서 피해자 지젤 펠리코(72)는 “성폭행에 대한 ‘마초 사회’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프랑스 남부 아비뇽 법원에서 19일(현지시각) 열린 전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1)의 재판에서, 지젤은 이렇게 최후 진술을 남겼다고 아에프페(AFP) 등은 보도했다. 펠리코는 법정에서 “성폭행을 사소하게 여기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바뀌어야 할 때다. 성폭행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펠리코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몰래 지젤에게 수면제와 항불안제 등을 먹게 한 뒤 그녀가 의식을 잃으면 수십명의 남성을 불러 성폭행하게 시킨 혐의를 받는다. 도미니크는 온라인을 통해 남성들을 모집했고, 지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남성 51명도 도미니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중 14명만이 범행을 인정했고, 35명가량은 “성관계 게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이에 대해 지젤은 “(범행을) 부인하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저는 이 남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어느 시점에 (성관계를) 동의했는가? 또 당신들은 어느 시점에서 (나의) 몸에 의식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나? 경찰에는 왜 신고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누구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2020년 도미니크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되면서 경찰이 그의 전자기기를 압수했고, 이 과정에서 지젤에 대한 범행도 드러난 것이다.



도미니크는 “나는 성폭행범”이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법정에서 범행 동기가 “판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였다며 “내가 제안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들을 통해서 이런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젤은 “나는 내가 결코 보상받을 수 없는 10년의 인생을 잃어버렸다. 이 상처는 치유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엔 이들의 세 자녀도 출석했다. 이들은 다른 가족을 상대로도 도미니크가 범행을 저지른 바가 있는지 규명해 달라고 간청했다. 수사 과정에서 도미니크의 압수품에선 딸과 두 며느리가 목욕하거나 자는 모습이 찍힌 영상도 발견됐는데, 딸 캐롤라인 데리안(45)도 어머니와 비슷한 범행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범행 앞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증언해 온 지젤을 향한 응원과 연대의 목소리도 크다. 통상 성폭력 범죄는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되지만, 펠리코는 여성을 성폭행하기 위해 악용되는 약물과 진정제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도미니크와 가해 남성들의 재판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젤은 “수치심은 우리가 아닌 가해자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지젤이 사는 마잔 지역에선 그녀를 지지하고, 가해자들을 규탄하는 침묵시위가 열러 수백명의 여성과 남성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도미니크의 범행에 대한 1심 선고는 12월20일 예정됐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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