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탄소 배출 없이 막대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에너지원이다. AI(인공지능)와 결합한 데이터 센터는 기존 설비와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전기차 수요는 일시적으로 정체돼 있지만 이는 신기술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결국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수요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자력 기술은 그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SMR(소형 모듈 원자로)는 전통적인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고온가스로와 같은 차세대 원자로는 산업 공정에서 필요한 고온의 열에너지를 제공하고 수소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원자력 기술이 상용화되면 원자력은 전력 생산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데 핵심 도구가 될 것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연구와 개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의 부흥을 끌어낼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기술력과 산업 기반이 탄탄한 국가에서는 원자력 기술 수출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단일 뿐만 아니라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산업인 셈이다.
이러한 장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원자력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원자력은 우리가 그동안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인 수준의 산업역량을 확보한 몇 안 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전 세계 역시 원자력 투자에 다시 나서는 추세다. 이때 우리가 기술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적·상업적 우위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할 것이다.
트럼프 집권으로 더욱 블록화되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에서 기술 주권을 지키고 기술적 우위를 가지는 것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 원자력 기술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우리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이것이 원자력 기술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던 삼성전자도 신기술 개발에 뒤처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잘나갈 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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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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