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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채소, 너무 많이 먹어도 ‘고칼륨혈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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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칼륨혈증

토마토-호박-바나나 등에 많아

콩팥 질환-당뇨병 환자 등 주의

동아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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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필수 비타민, 무기질 등이 풍부해 우리 몸에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알려진 채소와 과일도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칼륨 때문이다.

칼륨은 심장근육 세포를 포함해 우리 몸의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데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다. 가공하지 않은 곡류, 채소, 과일에 포함됐는데 특히 토마토, 호박, 가지와 콩류, 바나나 등에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륨은 나트륨, 염소, 중탄산염과 함께 체내 수분의 양을 조절하고 근육 수축을 자극한다. 대부분 세포 내에 있으며 세포외액과 혈장에는 약 2%만 존재하기 때문에 혈액 내 농도는 적은 양의 변화도 중요하다. 칼륨 균형이 깨지고 혈액 내 칼륨이 많아지면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칼륨혈증은 말 그대로 혈액 내 혈청 칼륨 농도가 증가해 5.5㎜ol(밀리몰)/ℓ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섭취한 칼륨의 90%가량은 콩팥을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콩팥 기능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고칼륨혈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나 콩팥의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물론 당뇨병 환자, 심부전 환자, 칼륨 보존 이뇨제나 특정 혈압 강하제 등을 복용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보충제로 칼륨을 과잉 섭취할 경우 위장 장애와 위궤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에게서는 40∼50% 높은 발생 빈도로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으며 당뇨병을 동반했거나 RAS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특히 그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장 및 신장질환 환자는 고칼륨혈증 위험이 증가하는데 말기 콩팥질환, 만성콩팥병, 급성신손상 등으로 인해 투석을 받는 환자 중 최대 27%, 당뇨병 환자에서는 약 62%가 고칼륨혈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협회에서도 고칼륨혈증과 관련된 약물인 ARB와 ACE 억제제를 복용하는 심부전 환자는 의료진과 고칼륨혈증 증상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고칼륨혈증은 체내 칼륨이 증가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다. 세포내액에 존재하는 칼륨이 세포외액으로 이동해 혈청 칼륨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혈액 검사 직전에 과다한 운동을 했거나, 칼륨을 포함한 항응고제를 복용할 때도 나타날 수 있어 무엇보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고칼륨혈증은 종종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만성콩팥병, 당뇨병, 심부전 환자는 주기적으로 혈액 내 칼륨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혈청 칼륨 수치와 심전도 변화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심전도 검사도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증일 경우에는 치명적인 심장 부정맥, 근력 약화, 근육 마비, 급성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칼륨이 나트륨과 함께 심장 근육층의 전기적인 신호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상 이상의 칼륨은 이 기능을 방해해 다양한 유형의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고칼륨혈증이 있다면 칼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현미나 잡곡밥 대신 흰밥으로,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와 과일 대신 칼륨 함량이 낮은 채소와 과일로 바꿔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간식으로 자주 먹는 감자, 고구마, 견과류, 말린 과일, 오렌지주스 등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배은희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칼륨혈증은 콩팥의 이상으로 발생하지만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므로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라며 “무엇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당뇨병 환자와 만성심부전 환자는 정기적인 콩팥 검사를 통해 예방에 힘써야 하고 만성콩팥병 환자는 의료진과 상의해 채소와 과일 섭취를 줄이는 식이조절뿐만 아니라 필요시 칼륨 수치를 낮추는 치료제 복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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