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부부 비방글’의 실제 작성자가 누구인지가 당내 갈등의 새 뇌관이 되고 있다. ‘이재명 유죄 판결’ 이슈에 묻혀 잦아드는 듯했던 논란의 불씨가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집요한 문제제기로 되살아난 것이다. 친윤계는 곧 소집될 의원총회에서 게시판 비방글에 대한 당무감사를 다시 요구할 계획이다.
‘윤석열 비방글’ 논란은 지난 5일 한 보수 유튜버가 ‘한 대표와 그 가족들이 지난 몇달간 윤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를 비판하는 글 수백개를 써왔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인증을 거친 당원만 실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데, 작성자는 ‘한**’과 같은 형태로 성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성자 이름을 넣고 검색할 때 그동안 쓴 모든 글이 노출되는 전산 오류가 생기면서 사달이 났다.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된 글 중에는 김건희 여사를 ‘무당’ 등으로 지칭하고 “개 목줄을 채워야 한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단두대” 등의 표현이 담겼다. 한 대표의 배우자와 장인, 장모 등의 이름으로 작성된 비방글도 무더기로 나왔다.
이 문제는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친윤계가 공개적으로 거론했으나 특별감찰관 안건에 밀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하루 뒤 이재명 대표의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관심권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친윤계 의원들은 주말을 보낸 뒤 방송 인터뷰 등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도 18일 국민의힘에 당원게시판 자료 보존 요청 공문을 보낸 사실을 확인해줬다.
김기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 때문에 우리 당 내부에서 불필요한 혼란이 커지고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논란의 대상이 되는 한 대표 가족들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들도 가세했다. 권성동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당정 화합과 당내 화합을 위해 하루빨리 당무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만약 한동훈 가족이 전부 동원되었다면 그 가족 중 대표자가 될 만한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라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여러가지 주요한 상황이 많은데, 혼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 없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여기에 대해서 이미 제가 말씀을 드린 걸로 (갈음)하자”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지 않고 ‘당이 분열되니 건드리지 말자’며 답변을 피한 것이다. 한 대표의 이런 태도는 지난달 21일 명태균씨 의혹이 터졌을 당시 “당무감사를 통해 최대한 엄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한 영남권 다선 의원은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데 침묵하는 게 의아하다”며 “의원총회가 열리면 의원들이 이 문제를 또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만큼 당무감사를 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의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한 대표와 가족 명의로 올라온 글뿐 아니라 게시판에 올라온 17만여건의 글 전체를 살펴 ‘해당 행위’의 기준을 세운 뒤 문제가 된 글의 작성자를 강제 탈퇴시키는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