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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봉인 풀린 美 미사일, 첫 타깃은 쿠르스크 북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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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거리 미사일 러 본토 공격 허가… 북한군 파병 경고

조선일보

지난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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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우크라이나 전쟁) 1000일을 맞아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에 힘을 더 실어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서방 장거리 무기의 자국 본토 타격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설정하고 압박해 온 러시아는 “세계 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라며 격렬한 반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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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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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체들은 이날 “미국이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킴스(ATACMS·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 등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키로 정책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수일 내에 이 미사일들을 이용해 러시아 내에 최초의 ‘장거리 공격’을 감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 표적은 우크라이나가 진격해 들어간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지역의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될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일 “장거리 무기 사용이 허용되면 (북한군에) 예방적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밝혀 북한군이 첫 표적이 될 것을 시사했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본토에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확전 행위’로 받아들일 것을 우려해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세로 전세가 급격히 불리해지자 약 100㎞ 사거리 내에서 이를 일부 허용했으나, 러시아 영토 깊숙한 지역에 대한 ATACMS 등의 공격은 여전히 제한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지난달 16일 발표한 ‘승리 계획’ 중 하나로 장거리 타격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넣는 등 요구의 강도를 높여 왔다. 특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확인된 후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장거리 무기의 본토 타격을 허락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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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러시아는 즉시 비난을 쏟아냈다.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이것은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향한 큰 발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은 “미국 미사일이 러시아 지역 깊숙한 곳을 공격하면 훨씬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타격을 허용할 경우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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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의 봉인이 풀리면서 19일 발발 1000일을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한번 전환점을 맞게 됐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는 사거리 300㎞의 ATACMS 외에도 GLSDB(지상발사용 소구경폭탄·사거리 150㎞), ER GMLRS (사거리연장 다연장유도로켓·사거리 120㎞) 등 다양하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무기들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러시아군은 기존의 전쟁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할 처지가 된다.

러시아군은 개전 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닿지 않는 전선 인근 자국 영토에 보급 기지를 설치하고, 이곳에 물자와 예비 병력을 모아 놓은 뒤 필요할 때마다 전선에 계속 투입하는 방식을 써온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집결된 병력이나 장비의 손실 걱정 없이 최전선으로 이어지는 병참선을 짧게 유지해 전선 상황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군은 또 전선에서 200~300㎞가량 떨어진 자국 후방의 공군 기지를 우크라이나 공격의 핵심 기지로 활용해왔다. 이곳에서 전폭기를 띄워 우크라이나 영토 곳곳에 순항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고, 항속 거리가 2000㎞에 달하는 이란산 공격 드론도 수시로 날려보냈다.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할 때도 러시아 후방에서 이륙한 전투·전폭기들이 ‘활공폭탄(구형 폭탄에 유도 장치를 달아 개조한 폭탄)’으로 대규모 폭격을 해 우크라이나군의 힘을 빼놓고, 이후 보병을 축차(逐次) 투입하는 전술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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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19일로 1000일을 맞는 가운데, 양측은 전선에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아우디이우카의 한 아파트 앞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엄폐 자세를 취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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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에서 ATACMS를 비롯한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의 사용 제한이 풀림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국경에서 최대 300㎞까지 들어간 러시아 내 러시아군 보급 기지와 공군 기지를 손쉽게 타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 전쟁 전문 매체 워존 등은 “우크라이나는 자체 첩보는 물론, 미국의 위성 정찰 정보 등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보급 부대 및 공군 기지 위치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며 이 전략적 목표물들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타격이 시작되면 러시아군의 전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측은 현재 동부전선과 쿠르스크 등에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이르면 내년 초 휴전 혹은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평화 협상을 반대해온 유럽도 최근 이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다”며 조기 종전에 대한 전망이 커지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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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역시 3년 가까운 소모전으로 정치·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형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압도하는 장비와 병력 규모를 기반으로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전술을 사용해왔다. 이로 인해 막대한 전력 손실이 있었지만, 자국 내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군인과 무기를 계속 추가 투입 중이다. 이에 필요한 병력 수급 부족을 극복하고 공세의 고삐를 죄려 북한군 투입이라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이를 “심각한 전쟁 확대 행위”로 규정하면서 상황이 오히려 꼬일 가능성이 커졌다. 키이우 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러시아가 핵교리 수정까지 해가며 서방을 위협했지만, 결국 장거리 타격 무기 사용 제한이 해제됐다”며 “북한군의 본격 투입이 시작될 경우 러시아는 ‘서방의 지상군 파병’이라는 다음번 ‘레드라인’이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와 M270 등 다연장 로켓발사대를 이용해 쿠르스크주의 북한군 막사와 진지, 또 벨고로드주의 러시아군 비행장과 병참 기지 등에 맹폭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50여 대에 달하는 하이마스와 M27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신형 ATACMS 외에도 대부분의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를 모두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의 뒤를 이어 영국·프랑스가 자국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경우 사거리 240~250㎞의 스톰 섀도와 스칼프 미사일 사용도 가능해진다. 이 미사일들은 전투·전폭기가 하늘에서 내리꽂듯이 발사하므로 실제 타격 거리는 ATACMS(300㎞)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F-16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전투기와 무기 통합 작업이 필요해 본격적인 사용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독일이 지원을 망설여 온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 미사일까지 제공하기로 결정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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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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