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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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 일가 중심의 이사회 운영 관행을 깨고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적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이에스지)의 고려까지 포함한 ‘최종 보완안’을 조만간 발의하기로 했다.
18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상법 개정은 그룹(대기업 집단) 내 계열사 간 합병이나 주식 교환 등 자본거래를 할 때 총수 일가의 이익 등 일부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사회가 의사 결정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취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이다. 1998년 만들어진 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다.
기존 상법 개정 논의는 이 조항에 ‘주주’를 추가해 이사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를 부여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앞서 민주당의 이용우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문제가 된 법조문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용우 의원안) 또는 ‘총주주의 이익’(박주민 의원안) 등을 추가하는 형태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마련한 대안은 이와 다르다. 현행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은 그대로 두고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별도 문구를 새로 추가하는 형식이다.
이는 학계·재계 등에서 제기한 지적 등을 고려한 조처다. 현행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일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자로서 회사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주의의무)를 지는데, 이용우·박주민 의원안 등은 이런 상법의 기본 틀과 충돌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 조항을 건드리지 않고, 대신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법에 별도로 못박겠다는 게 민주당의 최종안이다. 이는 앞서 올해 9월 한국상사법학회의 특별학술대회에서 상법 권위자인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대안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역시 박주민 의원실에 낸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을 통해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 적용 시의 논란을 줄이기 위해 천 교수안을 참고할 만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재계 등의 반발 소지를 최소화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연 투자자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가 주주들을 보다 강력히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달 중순엔 입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올해 들어 에스케이(SK)·두산·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들이 추진한 사업 구조 개편이 잇따라 일반 주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공정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만 ‘나 홀로 불황’을 겪으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의 한 원인인 기업 지배구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기류도 팽배해 있다.
민주당이 개정안에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환경과 사회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문구도 함께 담을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이사가 단순 주주뿐 아니라, 채권자·노동자·협력업체·소비자·지역사회 등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익을 두루 고려할 수 있게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가 농촌 어르신을 위해 적자가 날 수 있는 식품 배달서비스를 할 경우, 주주 이익이 일부 줄더라도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주식회사의 단기 이익 추구에만 치우치지 않고 이에스지 요소도 함께 헤아릴 수 있게 법으로 허용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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