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원 부당지시’ 혐의 이화영 최측근에 징역 3년 구형

檢 “도지사 방북 위한 상납금 용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법제처·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대법원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산림복구’라는 허위 목적으로 북한에 금송(金松) 등을 지원하도록 해 경기도 예산 수억원을 낭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게 검찰이 18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신 전 국장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6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최측근이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정승화 판사는 이날 신 전 국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재명 전)경기도지사 방북을 실현시키고자 북한 최고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상납금 용도로 혈세 15억원을 낭비한 매우 중대한 사항”이라며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중대한 법령 위반을 저질렀음에도 자신의 ‘정책 판단 권한’이라며 공직자로서의 최소한 법적, 윤리적 의식을 망각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또 실무자들이 법령에 따른 의견을 제시하자, ‘하급자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해 법령 무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검찰은 “(북한에 묘목 등을 지원하게 된 건)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불충분한 심사와 통일부 승인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적반하장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노골적으로 증거인멸 행위를 일삼고 있을뿐더러, 위법하게 반출한 경기도 내부 문건으로 수사 및 재판에 대응하고 보석 조건을 당당하게 어기는 모습까지 보였다”고도 했다.

신 전 국장은 지난 2019년 3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북한 묘목 지원 사업을 추진하도록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신 전 국장은 경기도가 아태평화교류협회를 통해 북한에 금송 등 묘목 11만주(5억원 상당)를 지원하기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상용인 금송은 산림 녹화용으로 부적합하다”는 담당 공무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금송을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신 전 국장 등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의 요청에 따라 뇌물 성격으로 금송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봤다.

신 전 국장은 또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중단된 아태평화교류협회의 10억원 상당 북한 밀가루 지원 사업을 2019년 9월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재개하도록 부당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신 전 국장은 평화협력국장을 그만둔 뒤 2021년 1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 문건 240개를 USB에 담아 외부로 반출한 혐의(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는다. 또 같은 해 6월 평화협력국장 재직 시절 관여한 1억원 규모의 학술연구용역 계약을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 근무하며 수주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신씨가 쌍방울 그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공무원들에게 경기도 대북사업 등 내부 자료를 요청해 이들로 하여금 경기도 내부 전산망에 침입하게 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또 신 전 국장은 민주당 당 대표실 관계자 A씨로부터 대북송금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공문을 달라는 요청을 받고, 현직 경기도 공무원을 통해 이를 건네받아 전달한 혐의도 있다.

이날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은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증거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억측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죄가 안 되는 게 분명함에도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이화영을 압박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도 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신 전 국장은 “검찰이 잘 쓴 시나리오로 설득력 있게 얘기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고 소설”이라며 “임기 동안 맡은 바 업무에서 어긋난 게 없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는 또 “수사와 기소, 재판을 받는 2년 과정에서 몸무게가 10kg이 빠지고, 가족들은 트라우마에 걸렸다”며 “생물학적 생명은 유지되고 있으나 사회·경제적 생명은 죽어있다. 이번 판결로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정 판사는 “전제 사실부터 공소사실 이르기까지 사실관계가 많이 다퉈지고 있고, 기록이 1만5000쪽에 이르러 (판결에)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2월 13일 선고하겠다고 했다.

한편, 신 전 국장은 ‘이화영 재판 위증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이 북한 측 인사와 회의·만찬을 함께한 사진을 제시했음에도 “쌍방울그룹과 북한 협약식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쌍방울 실제 사주인지 몰랐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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