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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실로 어색한 만남이었다. 13일 오전 11시7분(미국 동부시각) 미국의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과 45대 대통령이자 내년 1월 47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만났다. 어색한 표정과 자세로 악수를 나누는 둘의 등 뒤에 놓인 난로에서 반듯하게 포개진 장작이 거센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자신을 “슬리피 조”(졸린 조)라고 공격해온 정적에게 짧고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바이든은 “우리는 원만한 (정권) 이양을 바라고 있다”며 “오늘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승자’ 트럼프의 답변엔 뼈가 들어 있었다. “매우 고맙군요. 그리고 정치는 가혹한 것(politics is tough)입니다. 많은 경우에 세상은 별로 즐겁지 않죠, 그렇지만 오늘 세상은 좋군요.”
그로부터 2시간 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두 대통령이 약 2시간 동안 국가 안보와 국내 정책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한국인들이 귀를 쫑긋 세울 만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8년 전 (이 만남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에게 당신이 지금 직면하게 될 가장 긴급한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북한을 꼽았었다. 무엇이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인가.”
그의 말대로 트럼프가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당선 직후 오바마와 나눈 대화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2018년 저서 ‘공포’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11월10일 백악관에서 당선자 신분이 된 지 갓 이틀 된 트럼프와 만났다. 둘의 만남은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90분 넘게 이어졌다. 후속작 ‘분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째 되는 2017년 1월26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불러내 오바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한 뒤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설리번은 기자들의 질문에 “전략적인 수준에선 중국과의 경쟁”, “가장 긴급한 이슈는 이란”, “미시적인 수준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과 그 전쟁에 군대를 제공한 북한”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인식하는 북한의 위협은 ‘핵을 든 북한’에서, ‘러시아에 군대를 제공하는 북한’으로 변했다. 이 미묘하고도 심난한 변화는 한반도에 또 어떤 폭풍을 몰고 올까.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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