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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일론 머스크, 공동 대통령이냐”…트럼프 측근들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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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일론 머스크가 16일 뉴욕에서 유에프시(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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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사람을 하나만 고르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많이 꼽힐 것이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위해 1억1900만달러(약 1659억원)를 기부하고 유세에 동참하며 열심히 뛰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머스크의 독주에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 불평이 나오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머스크가 재무장관직을 놓고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들면서 ‘너무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는 전날 팔로어가 2억명이 넘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금융 재벌이자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이 “변화를 실제로 집행할” 인물이라며 그를 재무장관으로 앉혀야 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역시 금융 재벌이자 러트닉의 강력한 경쟁자인 스콧 베센트에 대해서는 “베센트를 고르면 평소와 다름없게 될 것”이라며 “평소처럼 한다는 말은 미국을 파산으로 내몬다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도 러트닉은 비트코인을 적극 옹호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는 트럼프가 연방정부를 손보려고 만든다는 정부효율부를 이끌 공동 수장으로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지명됐다. 그는 트럼프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에 머물며 요직 인선에도 간여하고 있다.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에도 참여했다. 16일에는 뉴욕에서 트럼프 옆에 앉아 유에프시(UFC) 경기를 관람했다. 이런 머스크를 두고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으뜸가는 친구)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손녀 카이는 최근 머스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그가 “삼촌 지위를 획득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지만 머스크의 재무장관 인선에 대한 공개적 입장 표명을 두고는 그가 “공동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등의 비판이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를 접촉한 한 인사는 “사람들의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특히 머스크는 팔로어들에게 트럼프가 “피드백”을 고려하도록 그의 계정에 글을 달아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는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 역할을 할 후보를 위해 트럼프를 압박하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러트닉과 베센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관세를 중심에 둔 트럼프의 공약을 집행할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최근까지 베센트가 유력했으나 러트닉이 막판 로비를 강하게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머무는 베센트는 다급해졌는지 머스크가 글을 올린 뒤 그와 통화하기도 했다.



17일 트럼프가 머스크와 친분이 있는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을 이 기구 위원장으로 지명한 것도 머스크의 힘을 보여준다. 연방통신위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말기인 2020년에 스페이스엑스의 외딴 지역 고속인터넷 보급 사업에 8억8500만달러(약 1조2300억원)를 지원했다. 또 트럼프는 스페이스엑스에 투자한 우버 경영자 출신 에밀 마이클을 교통장관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쪽이 머스크가 주력하는 자율주행 분야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머스크는 대외 정책을 놓고도 ‘오버’하고 있다. 그는 16일 젤렌스키가 미국이 종전 협상을 요구하면 “앉아서 듣고만 있지는 않겠다”, “우리는 독립 국가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유머 감각이 대단하다”며 비꼬는 글을 엑스에 올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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