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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도끼로 창문 깨며 올라가!" 베테랑 소방관 판단이 참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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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불난 안산 상가 내 모텔 2곳
외벽 유리창 깨고 연기 빼며 진입
"부천호텔 화재 후 훈련대로 초기대응"
한국일보

17일 오전 3시 38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6층 건물에 불이 나 건물 내 모텔 투숙객 등 50여 명이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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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6층짜리 모텔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칫 대형 참사가 될 수 있었지만 31년 차 베테랑 소방관 팀장의 기지로 인명피해 없이 전원 구조된 사실이 알려졌다. 연기가 건물 전체에 퍼져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방관들은 도끼를 들고 창문을 하나씩 깨면서 접근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8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6층 건물 1층 식당에서 불이 시작됐다. 이 불은 식당을 모두 태운 뒤 1시간여 만에 진압됐으나, 당시 화재로 인한 연기가 강하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지휘부는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인력 233명, 장비 82대를 투입했다. 대응 2단계는 인근 5, 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집중 동원한다.

화재 당시 건물 5, 6층에 위치한 모텔 2곳에는 수십 명이 투숙해 있는 상태였다. 투숙객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대 발생한 화재였기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투숙객을 포함한 52명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당시 투숙객들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이 신속한 판단을 내렸다. 손도끼로 복도에 있는 창을 다 깨면서 진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한국일보

17일 새벽 3시 38분 경기도 안산시 소재 6층짜리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불이 난 건물 외벽의 유리 창문이 모두 깨져있다. 연합뉴스


박 팀장은 "저를 포함해 구조대원 5명이 2층으로 진입했는데 열기 때문에 올라갈 수 없어 1층으로 다시 (돌아) 내려왔다"면서 "자세히 보니 층별 계단마다 큰 창문이 있었다. 다시 2층에 올라가 도끼로 깨보니 생각보다 잘 깨지더라. 대원들에게 창문을 다 깨서 열기와 연기를 빼며 올라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깨진 창문을 통해 연기가 빠져나간 덕분에 박 팀장을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구조 대상자들이 몰려있는 5, 6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구조대가 모텔이 있는 5층에 도착했을 때, 이미 복도엔 1명이 쓰러져 기침을 하고 있었고 객실 안까지도 연기가 차 있었다. 박 팀장은 "투숙객에게 마스크를 씌워 한 명씩 내려보내기 시작했고 이후 다른 센터에서도 구조팀들이 지원을 나왔다"며 "10번 정도 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인명 수색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대원들은 총 49명을 구조했다.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으며, 3명은 스스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이들 중,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진 시민도 2명이다. 지난 8월 부천 화재 이후 에어매트 구조 훈련이 보강된 결과다. 부천 화재 당시엔 2명이 7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었다가 숨졌었다.

박 팀장은 약 석 달 전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에서 얻은 교훈이 이번 화재 진압의 길잡이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모텔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부천 호텔 화재가 생각났다"며 "그 화재로 인해 저희가 훈련도, 토론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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