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평택 기지 유지가 최선”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15일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대학원(엘리엇스쿨)에서 ‘미 대선 이후 한미동맹 전망’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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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동맹 관계인 한미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나눌 때 단순히 돈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부담 능력이 분담 수준 결정에 필요한 유일한 잣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박 전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대학원(엘리엇스쿨)에서 ‘미 대선 이후 한미동맹 전망’을 주제로 열린 초청 특강에 연사로 나서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가해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운동 기간 한국이 낼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에서 한국이 분담하는 금액) 규모로 현재의 9배에 달하는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거론하며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부유한 국가라는 의미)이라 부른 것과 관련해 “한국은 머니 머신이 아니라 ‘미라클(기적) 머신’”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노력과 혁신 정신, 교육,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기적을 만든다”면서다. 이견을 에둘러 피력한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인건비와 군수비, 건설비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을 쓰는 데다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대다수 미국 동맹국들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은 돈이 아닌 가치의 문제”라며 “한미 양국이 추구하기로 합의한 공통의 글로벌 비전, 포괄적 전략 동맹 파트너십하에서 우리는 양측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합당한 수준의 방위비 분담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한미는 2026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오른 1조5,000억여 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한다는 내용의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미군 철수 땐 자체 핵 방어 불가피”
트럼프 당선자가 해외 미군 주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박 전 장관은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미군기지)를 유지하는 게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미군기지를 철수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기지를 어디에 두겠느냐”며 “시설을 다시 짓고 (한국 대신)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북한 공격으로 한국에 안보 위기가 닥칠 경우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결국 도우러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약 미국 정부가 어떤 이유로든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한반도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때는 한국도 잠재적 핵능력을 토대로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미 한국 국내 여론은 그런 선택지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최고의 선택지는 한미 간 합의인 확장억제(핵우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와 북 비핵화 로드맵 짜야”
이날 강연에서 박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의 대북 정책 방향을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비핵화 없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 1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양국 정부가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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