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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단순노동도 경력자만, 수십곳서 퇴짜"…알바 뛰어든 수험생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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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빨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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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플랫폼에도 자리가 없다."

2025학년도 수능 수험생 김모군의 하소연이다. 김군은 수능 시험 다음날부터 '알바'(아르바이트) 구하기에 나섰지만 수능 이후 첫 주말인 17일까지 아직 자리를 찾지 못했다. 김군과 함께 알바 자리를 찾아다닌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처지다. 김군은 "구인 플랫폼을 보고 전화해도 '이미 구했다'고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알바를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가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구직이 녹록지 않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시간제 일자리인 아르바이트 시장까지 드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를 구하는 수요는 넘쳐나는데 막상 일자리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양도 지난 14일 수능을 치른 직후부터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연락처에 전화를 수십통 돌렸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이양은 "카페일을 하고 싶은데 번번이 '퇴짜'"라며 "이젠 원하는 조건이 아니라도 일단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능 재수생인 김모씨는 "지난해에도 알바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했는데 올해는 더 그런 것 같다"며 "편의점 알바를 생각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택배 상하차 일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부터 반수로 수능을 치른 조모씨는 "요즘은 단순노동 아르바이트도 전부 경력직을 선호해서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기류가 확연하게 확인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수만휘-수능날만점시험지를 휘날리자' 등에는 알바를 구한다는 글과 함께 '알바 자리가 없다'는 하소연이 다수 올라있다. "알바가 안 잡혀서 할 게 없다", "알바에 뽑히려면 면접 지원 동기를 뭐라고 하는 게 좋냐"는 게시글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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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천국'이 2025학년도 수험생 대상으로 조사한 수능 이후 가장 하고싶은 일 /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아르바이트는 임금을 적게 받는 대신 시간을 쪼개 사용할 수 있는 근무 형태라 주로 10~20대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다. 특히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쏟아지는 연말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와 겹쳐 상황이 더 만만찮은 분위기다.

웬만한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이미 불황과 맞물려 은퇴 시기가 앞당겨진 중장년층이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경력이 있는 중장년층까지 아르바이트 구직에 나서면서 젊은 층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마저 밀려난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구인 공고를 내면 예전엔 20대 젊은 학생들이 주로 지원했는데 요즘은 절반 이상이 중장년층"이라며 "현재 고용한 알바생 8명 중 5명이 40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아르바이트로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 시장은 과포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저숙련 노동에 노인들도 지원하는 현실에 수험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찾기는 예년보다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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