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비 47% 급증 ‘가파른 성장’
그래픽=양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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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중고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에다 보조금 감축 등으로 발생한 캐즘(수요 둔화), 지난 8월 청라 화재로 인한 포비아(공포증), 경기 침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중고차 시장에선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선 올 들어 2년 의무 운행 기간이 끝나서 매물로 나온 중고 전기차가 늘면서 가격 할인 폭도 커진 영향이 꼽힌다. 2021년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2022년 나온 ‘아이오닉6′ 매물이 증가했고, 일부 중고차는 신차의 절반 수준에 판매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 전기차가 지닌 특수성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부품 수가 30~40% 안팎 적고, 각 소모 부품들의 교체 주기가 비교적 길다. 타이어 같은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내연차에 비해 손상 가능성이 덜하다는 점에서, 최근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작년 말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배터리 품질을 강조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기아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같은 중고차의 배터리 성능을 검사해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그간 전기차를 판매하는 플랫폼 등 입장에서는 배터리 품질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중고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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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일변도 벗어나는 중고 전기차
17일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3분기(1~9월)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47% 안팎 급증한 2만5000여 대였다. 같은 기간 신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8.5% 줄었다. 중고 전기차는 전체 중고차 판매의 2% 수준이지만, 고금리·고물가 속에 신차 시장은 물론 중고차 시장도 주춤하는 상황에서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전기 중고차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과 재작년 1~3분기에는 테슬라 모델3가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닉5 판매량(3300대)이 1년 만에 두 배 늘어난 결과다. 기아 EV6도 작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두 배로 늘며 올해 3위를 차지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 9월 폴크스바겐의 ID.4 시세는 3350만원으로 8월 대비 가격이 10% 급락했다. 지난 8월 청라 전기차 화재를 일으킨 벤츠의 경우, EQE·EQA·EQB 등 모델의 9월 중고차 판매 가격이 5% 안팎 일제히 하락했다. 일부 모델은 신차 가격의 절반 수준에 거래되기도 한다.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신차 가격이 4000만원 안팎부터 시작하는데, 지난 9월 중고 시세가 1738만원이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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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차보다 부품 교체 주기 길어
전기차의 경우 내연차 대비 부품 교체 주기가 길다는 점도 중고로 구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이점이다.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부품 마모가 덜하고, 내부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중고차를 구매해도 고장이나 부품 교체 가능성이 낮다. 중고차 구매 때 걸림돌 중 하나인 잔고장 우려가 덜하다는 뜻이다.
이미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이유로 중고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내 중고 전기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70% 안팎 급증했다. 앞으로 배터리 용량이 늘고 충전 및 관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고 전기차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과 전기차와 관련 제도가 계속 발전하고 있어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 중고 전기차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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