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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머스크, 1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구두쇠”…美예산 초고강도 긴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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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격투기(UFC) 309 경기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 관람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뉴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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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1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구두쇠(penny-pinching)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그와 일한 전현직 직원 17명은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처럼 말했다. 이들은 그가 관행이나 상도덕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비용 최적화를 위해 거침없이 칼을 빼 드는 기업가라고 평가했다.

30년 가까이 여러 정보기술(IT) 기업을 이끌어 온 머스크 CEO가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요직에 오르자 그의 경영철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는 미 연방정부 예산(6조7500억 달러)에서 약 27%에 해당하는 2조 달러 이상을 줄이는 극약처방을 예고했다. 정부 기관을 400개에서 99개로 줄이고, 공무원들에게 매주 성과를 보고받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NYT는 머스크 CEO에 대해 “지나치게 검소하다(frugal to a fault)는 평가를 받는다”며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고강도 긴축 경영을 펼친 이력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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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미 대선 유세에 함께 나선 머스크 CEO (왼쪽)과 트럼프 당선인. 버틀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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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2022년 11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를 인수한 뒤 벌인 대규모 조직 개편과 비용 절감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수 당시 8000명 가까이 되던 임직원을 80% 가까이 해고하고 1500명 언저리로 만들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운영비를 들여다보겠다며 2022년 12월 어느 토요일 오전에 임직원 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머스크 CEO는 지출비 엑셀을 한줄 한줄 들여다보며 지출 근거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는 6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 끝에 자동차 유지비 등 복리후생비는 물론 각종 사업비까지 대폭 줄였다.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 담당자들 역시 해고했다.

지나친 삭감으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니 내지 말라는 머스크 CEO의 지시에 실제로 체납이 시작되자, 이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청소 용역이 중단된 탓에 일부 지사에서는 쓰레기통이 넘치고 비품이 바닥났다. 직원들이 집에서 화장지를 가져올 지경이었다고 한다.

머스크가 트위터 데이터센터 폐쇄를 위해 2022년 크리스마스 전날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해당 시설로 날아가 직접 컴퓨터 전원을 뽑아버린 일화도 유명하다. 담당자들의 만류에도 백업 등 사전 작업을 거치지 않고 즉각 이행한 것.

당시 업계에서는 X가 중대한 기술적 오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몇차례 소규모 오류 끝에 운영이 안정화됐다. 몇몇 유능한 직원에 기대어 위기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당시 X는 해당 결정으로 연간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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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인의 유세에 참석한 머스크 CEO. 버틀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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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소유 기업에서도 ‘구두쇠 경영’을 선보였다.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2015년 위기를 겪자 무료 시리얼 제공을 중단했다. 당시 임직원들은 ‘비용을 최대한 줄여 회사를 살리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 오히려 조직에 동기 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운영하면서는 기존 부품업체와 거래를 끊고 해당 업체의 부품을 모방해 자체 제작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머스크 CEO는 생활 또한 검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대저택을 몇개씩 보유한 다른 테크업계 억만장자들과 달리, 그는 텍사스주의 5만 달러(약 7000만 원)짜리 조립식 주택에서 산다고 한다. 그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방 2개짜리 집에서 살며 업무 또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20대 시절 사무실에서 숙식하고 인근 YMCA 체육관 내 샤워실에서 씻으며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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