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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97초면 돼, 결혼·불륜·죽음·회귀·복수…쇼트폼 드라마 시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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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가 지난 9월 출시한 쇼트폼 드라마 전용 플랫폼 숏챠.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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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리 그룹의 둘째 딸 유진은 영글로리 홀딩스의 후계자 찬영과 결혼했다. 얼마 뒤 유진은 남편 찬영의 불륜으로 고통받다가 죽음을 맞는다. 유진의 언니이자 유엔리 그룹의 장녀 유리는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유리는 괴한에게 습격당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과거로 회귀했다. 시점은 동생이 찬영과 결혼하기 전. 유리는 동생 대신 찬영과 결혼해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쇼트폼 드라마 ‘동생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1화 내용이다. 단 1분37초 동안 결혼과 불륜, 죽음, 복수 등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궁금증에 화면을 아래로 넘기면 바로 2화가 시작된다. 최근 쇼트폼 콘텐츠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쇼트폼 드라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용 플랫폼이 출시되고 유명 배우와 감독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쇼트폼 드라마는 보통 회당 3분 안팎, 총 30~100화 분량으로 제작된다. 전용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데, 웹툰처럼 첫 5~10화는 무료이지만, 이후엔 결제하거나 광고를 시청한 뒤 볼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풍부한 서사 대신 압축적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매치 플레이’ ‘여보스 남고 가다’ ‘퇴사를 요청합니다’ ‘동생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넌 나의 애완견’ ‘내 남친은 찐따입니다’ ‘전학생은 좀비’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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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폼 드라마 전용 플랫폼 ‘비글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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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폼 드라마는 중국에서 먼저 부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숏폼 드라마 전성시대: 미단극을 아시나요?’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 쇼트폼 드라마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1천편 넘는 쇼트폼 드라마가 선보였고, 시장은 약 373억9천만위안(약 7조216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68% 성장했다. 릴숏, 드라마박스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최근 들어 국내 시장도 커지고 있다. 스푼랩스에서 운영하는 비글루, 왓챠의 숏챠, 폭스미디어의 탑릴스 등 전용 플랫폼이 이미 출시돼 있다. 비글루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타이(태국)어·인도네시아어 등 7개 언어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12월에는 펄스클립의 플랫폼 펄스픽도 출범한다.



유명 배우와 감독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배우 이동건과 박하선이 주연을 맡은 쇼트폼 드라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은 내년 1월 펄스픽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결혼 관념을 지닌 남녀가 실수로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드라마로, ‘제빵왕 김탁구’ ‘힐러’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을 만든 이정섭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하재숙이 주연을 맡은 쇼트폼 드라마 ‘탐정 구해주’도 내년 1월 공개된다. 드라마 ‘아이리스’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의 촬영감독인 박재홍이 연출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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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폼 드라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 주연을 맡은 배우 이동건(왼쪽)과 박하선. FNC엔터테인먼트·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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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폼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론 소비자들이 짧은 영상에서 재미를 찾는 경향이 강해진 점이 꼽힌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고 제작 기간이 짧아 공급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지난 9월 숏챠를 출시한 왓챠 관계자는 “급변하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숏챠를 출시했다”며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스토리텔링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롱폼·미드폼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요즘 시청자들의 선호를 반영해 가벼운 콘텐츠를 시의적절하게 선보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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