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선고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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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선 후보 시절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법원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벌금형 액수에도 관심이 쏠렸는데, 법원은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며 징역형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향후 재판에서도 1심 형량이 유지되면 의원직을 잃고 확정된 시점부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용도변경은 허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15일 유무죄를 판단한 이 대표의 발언은 세가지다. 이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하고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음에도 “몰랐다”고 대답했으며 △비슷한 시기 다른 인터뷰에서 ‘2015년 외국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이 발언들이 모두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라며 이 대표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우선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용도지역 변경은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으로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라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1~3차 입안 제안 검토 과정을 여러차례 보고받았고 △백현동 부지 특혜 용도변경 의혹이 제기된 뒤엔 국감장에 자신의 주장을 담은 패널까지 준비한 점 등을 들며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문기 모른다”는 무죄
대장동 개발 실무책임자인 ‘김문기 전 1처장을 아느냐’는 질문에서 파생한 이 대표 발언에는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뒤 김 전 처장과 함께 외국 출장 중 골프를 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개되자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 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외국 출장 중 골프를 함께 친 것은 사실이므로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중)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이 대표와 함께 골프를 친 사람은 김문기와 유동규뿐”, “김문기가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에 관여했기 때문에 이 대표가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인다”며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성도 있는 발언이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를 몰랐다’고 답변한 건 무죄였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 대한 ‘인식’을 부인한 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을 이 조항(선거법 250조 1항)에 규정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발언이 김 전 처장과의 교류를 부인하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열린 지지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전화기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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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공표, 유권자 올바른 선택 할 수 없게 해”
재판부는 이 대표의 허위 발언이 모두 대장동 의혹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것이라고 보고 선거와 관련 있는 내용이라며 “범행의 죄책과 범정(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는데 당시 지하철 역사 안에서 명함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려 이뤄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일반 선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해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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