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BYD(비야디)의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仰望)'이 자사 자동차의 '수영'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광저우=이벌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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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 국제모터쇼가 열린 15일,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비야디)의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仰望)이 ‘차량 입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양왕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U8′은 행사장 야외에 조성된 길이 10여m의 풀장으로 들어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10분 동안 4~5바퀴를 쉼 없이 돌았다. 차 내부의 탑승객들은 수시로 열린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구경하던 방문객들을 향해 인사했다. ‘응급 수중 부양[應急浮水]’이라고 이름 붙은 이 기능은 30분 동안 이용 가능하고, 최대 운행 속도는 시속 3km다. 각각의 모터가 달린 전기차 바퀴 4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물 속에서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원리다.
시승을 마친 항저우 거주 미국인 벤 솔츠맨은 “초호화 미니 보트를 탄 느낌이었고, 놀라울 정도로 안락했다”고 했다. 취둥샤오 양왕 홍보 담당은 “재해 등으로 차량이 물에 잠기는 응급 상황을 고려해 개발한 기능”이라면서 “차체 ‘밀봉’과 정밀한 수중 운행 기능을 갖추기 위해 10년 동안 연구를 거듭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15일 양왕(仰望)이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수영' 퍼포먼스(왼쪽)와 물 밖으로 헤엄쳐 나온 차량의 모습./광저우=이벌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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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모터쇼로 꼽히는 광저우 모터쇼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퍼포먼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과잉생산으로 인해 업체들의 가격 전쟁과 시장 퇴출이 본격화되고, 미국·유럽의 대(對)중국 전기차 견제가 심화되면서 ‘승자 그룹’에 들기 위한 홍보전에 사활을 건 것이다. 2018년 기준 487곳에 달했던 중국의 전기차 업체는 현재 40여 곳으로 줄었고, 향후 상위 3~5곳이 시장을 독식하며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업체인 창청자동차는 3000제곱미터의 대형 전시관에 청(靑)색의 ‘란산(藍山)’ 모델 차량 23대를 가득 채웠다. 행사장의 슬로건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이었다. 류옌자오 창청자동차 부사장은 “‘또 뭘 하는 거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이 넓은 전시관에 오직 란산 한 모델만 깔았다”면서 “우리의 (신차를 띄우려는) 굳은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차량 가격이 30만 위안(약 5800만원) 정도인 란산은 최근 월간 판매량 6000대를 돌파하면서 창청의 기대주가 됐다.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업체인 창청자동차는 청(靑)색의 '란산' 모델 차량 23대를 전시관에 깔았다./광저우=이벌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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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빅테크 기업 샤오미는 광저우 모터쇼 데뷔 무대에서 ‘SU7 울트라’ 양산형을 최초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SU7 울트라 프로토타입(시제품) 차량은 독일 뉘르부르크링 레이스 트랙(21km)에서 6분46초의 주행 기록을 세웠다. 당시 레이쥔 CEO는 “SU7 울트라는 가속력과 최고 속도에서 포르쉐 타이칸 터보를 능가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문 네 짝 달린 차에 등극했다”고 했다. SU7 울트라의 판매 가격은 81만4900위안(약 1억6000만원)으로,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의 판매가와 비슷하다.
그러나 올해 모터쇼에서는 매년 참가하던 기업 중 상당수가 ‘결석’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지난해 참가했던 브랜드 가운데 지싱, 위안항 등 13곳이나 불참을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생존에 실패했거나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진 곳들이 주로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전기차 회사의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모터쇼에 불참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가오허는 지난 8월 파산을 신청했고, 위안항은 최신 전기차 모델 4개의 총 판매량이 올해 1000대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헝다그룹의 전기차 제조 계열사인 헝다신에너지자동차와 헝다스마트자동차도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두 그룹은 2025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던 곳이지만, 지난해 고작 1300여대를 팔았다. 한때 웨이라이·샤오펑 등과 함께 중국 전기차 ‘4소룡(小龍)’으로 불리던 웨이마도 지난해 파산 신청을 했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도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고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경기 하락 속에 중국 소비자들이 고가 외제차 구입을 줄이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올해 1~9월 중국의 자동차 수입량은 53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는데, 이 가운데 초(超)호화 모델 수입량만 보면 감소폭은 34%에 달한다. 올해 광저우 모터쇼에 불참한 롤스로이스의 1~9월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고, 맥라렌 또한 88% 감소했다. 벤츠, BMW, 아우디도 고전 중이다. BMW는 3분기 중국 시장 판매 대수가 14만8000대로 전년동기 대비 약 30% 줄었고, 벤츠(-13%)와 아우디(-2%)도 실적이 부진하다.
15일 광저우 국제모터쇼의 현대자동차 부스./광저우=이벌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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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는 이날 중국차의 공세에 맞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중국 최초 공개했다. 이 모델은 2018년부터 판매한 중형 SUV 수소 전기차 모델인 넥쏘(NEXO) 이후 7년 만에 나온 것이다.
기아차 전시관은 오랜 고객들이 직접 나와 차를 소개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20년 동안 기아 차를 탄 중국인 고객은 무대에 올라 대학 졸업 후 구매했던 첫 차인 ‘쏘울’과 최근에 갈아탄 전기 SUV 모델 ‘EV5′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중국 매체 기자는 “오랜 시간 고객의 신뢰를 얻은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마케팅”이라면서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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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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