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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한삼희의 환경칼럼] ‘기후 망치’ 과하게 쓰다가 역효과 부른 美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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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말 중요하지만

‘뭐든 기후에 갖다 붙이기’는

기후 피로증 불러

바이든의 기후 일변도 정책

유권자들 생각과는 거리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일 수도

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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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기후 일변도 정책이 초래한 ‘기후 피로증’도 작용했다고 본다. 바이든은 이론의 여지 없는 기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반(反)환경, 반기후 후보였다. 다수 대선 분석은 민주당 계열 좌파의 PC(정치적 올바름)주의에 대한 염증이 미국 사회에 확산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멋있어 보이고 정의 편에 선 것 같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워크(woke·깨어 있음) 문화에 대한 반감이다. 바이든의 청정에너지 집착, 화석연료 배척 일변도 역시 일종의 PC주의로 상당수 유권자층의 거부감을 불렀을 것이다.

사안마다 기후, 기후 하며 기후로 설명하고, 기후 요소로 의사 결정하고, 기후만 해결하면 다 풀린다는 기후 만능주의가 유행인 세상이다. 작년 5월 미국 기상학회지에 기후변화 탓에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에서 한 해 평균 5800개 나오던 홈런이 2100년이면 467개 늘 것이라고 예측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기온 상승으로 공기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런저런 미디어에 제법 보도됐다. 그렇게 따지면 홈런 영향 변수는 수백 개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 있는 연구라고 홈런까지 기후에 갖다 붙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기후에 갖다 붙이기’의 전형은 ‘시리아 난민 기후변화 야기설’이다. 2015년 파리협정 체결을 앞두고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찰스 영국 황태자 등까지 ‘시리아 기후 난민’을 언급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흉작으로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렸고, 그로 인한 사회 불안이 내전으로 발전하면서 수백만 명이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은 뿌리 깊은 민족 간 갈등과 알아사드 정권의 강압 통치가 지배적 원인이었다. 서구 언론이 기후변화에 주목하자 알아사드는 서방 외교관들을 가뭄 지역으로 데려가 “비극적 기후변화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며 학정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수단의 무자비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도 다르푸르 인종 학살 내전의 원인을 ‘서구 선진국들이 내뿜은 온실가스로 인한 가뭄 탓’이라고 주장했었다.

기후론자들은 손에 ‘기후 망치’를 들고 있다. ‘망치를 쥐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후 망치는 과학 이론의 주조 틀에서 나온 것이어서 기후 망치를 다루는 사람들은 과학의 권위를 업고 있다. 만사를 기후 요인으로 해석하는 것에 능숙한데 논리도 단순 명쾌하다. 물론 기후변화는 인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모든 것의 원인을 기후에서 찾거나, 기후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잘 굴러갈 것처럼 말하는 것은 편협한 기후 관념주의의 굴레에 갇힌 것이다. 세상엔 기후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기후 말고도 많은 문제가 얽혀 있고, 그것들을 해결하려면 복잡한 조정, 타협, 양보가 필요하다.

한 가지에 너무 확신을 가지면 다른 중요 경합 가치들을 놓친다. 독일은 20여 년을 에네르기벤데(에너지 전환)에 몰두해 태양광·풍력을 장려하고 탈원전을 밀어붙인 탓에 전기 요금이 우리의 3배 이상이다. 지금 경제는 유럽의 병자 소리까지 듣고 있다.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면서도 한편으론 탈원전을 추진했던 한국의 지난번 정부도 아주 비논리적이었다.

올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기온 집계는 ‘20년 평균치’를 갖고 한다. 공식 통계로 1.5도를 넘는 것은 2030년대의 어느 시점이 될 것이다. 1.5도를 넘으면 무슨 큰일이 닥칠 것처럼 주장하던 사람들이 있다. 1.5도를 넘었는데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됐을 때 그들은 그때 가서 어떤 논리를 펼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기후 문제는 적어도 수십 년 인류 전체가 의식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과제다. 과장 시나리오는 불신을 불러 세계인이 수십 년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움직이게 할 수가 없다.

설문조사에서 그냥 ‘기후가 중요하냐’ 또는 ‘심각하냐’라고 물으면 대개 70% 이상, 일부 국가에선 90%까지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 그건 ‘그렇게 답해야 할 것 같아 대답하는’ 모범 답안일 뿐이다. 지난달 미국 한 설문조사에선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전기 요금에 한 달 1달러씩 추가로 얹어 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싫다’고 한 대답이 43%(’그러겠다’는 47%)나 됐다. 겨우 1달러였는데도 내 이해와 직결될 때는 그런 결과가 나온다. 그 설문조사의 ‘정책 우선순위’ 문항에선 기후변화가 18개 항목 가운데 15위에 올랐을 뿐이다. 현실은 이런데 바이든 정부가 너무 기후 일변도로 치달았던 것이 민주당 패퇴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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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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