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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수수료 상생 협의 이끈 공정위에 반기든 외식·가맹점…자리 박차고 떠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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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서 수수료 인하 극적 타결…5% 주장해온 전가협·외식산업협회는 무단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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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에서 2~7.8%의 차등수수료 상생방안을 앞으로 3년간 시행하기로 했다. 양사 모두 매출 거래액이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수수료율을 종전 대비 2%포인트 내리는 방안으로, 음식 배달 시장의 발전과 이해관계자와의 동반 성장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이날 열린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에선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무단 퇴장하는 등 양사가 낸 최종 상생안에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계에서 “정부와 공익위원이 100일 넘는 노력 끝에 상생안을 도출했지만, 영세업체와 비교해 매출과 수익성이 훨씬 높은 대형 가맹점주들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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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어려움 겪는 영세 소상공인 큰 도움 될 것”…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무단 퇴장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는 이날 상생협의체에서 2~7.8%의 차등수수료안을 향후 3년간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 초부터다.

이날 결정된 상생 방안에 따르면 거래액 하위 20% 입점업체 수수료는 단 2%로, 종전(9.8%)와 비교해 7%포인트 낮아진다. 거래액 상위 35% 업체는 7.8%, 35~80% 업체는 6.8%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다만 매출이 높은 거래액 상위 35%와 35~50% 업체는 배달비가 각각 500원(2400~3400원), 200원(2100~3100원) 증액된다.

거래액 50% 미만 업체 배달비(1900~2900원)은 종전대로 유지된다. 상생협의체 측은 “수수료 상생안이 입점업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쿠팡이츠도 차등수수료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배민안으로 상생안을 통일하게 됐다.

앞으로 3만원치 치킨을 주문하면 업주가 주문하는 수수료율은 크게 낮아진다. 종전 수수료율(9.8%)와 배달비(2900원)를 적용한 중개 수수료는 2940원으로, 배달비를 합쳐 5840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상위 35% 업체 수수료율은 2340원에 배달비(3400원)를 합쳐 5740원으로 줄어든다.

매출이 낮은 영세업체로 갈수록 업주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수수료율 6.8%를 적용하는 상위 35~50% 5140원, 50~80% 4940원, 20% 이하는 3300원이다. 매출이 낮은 20% 이하의 경우, 3만원 치킨을 소비자가 주문하면 수수료 등 부담이 43% 감소한다. 이에 대해 배달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 중심으로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추는 한편, 매출액이 하위 50% 이하인 업체는 추가 배달비 부담을 모두 플랫폼에서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세업체 수수료율을 크게 낮추는 방안에 대해, 이날 협의체 공익위원들은 “아주 만족스럽진 못하더라도 일단은 시행을 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입점업체 단체들도 “조속히 방안을 이행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업계를 대변하는 전국가맹점협의회(전가협), 한국외식산업협회 등 일부 입점업체 단체는 협의체에서 완강히 거부하며 회의가 끝나기도 전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업체보다 수수료 인하율이 적게 나타나자, 집단 퇴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가협은 주요 치킨 대형업체인 BBQ와 BHC 등이 속해 있으며, 한국외식산업협회도 친프랜차이즈단체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의장에서 고성을 내면서 ‘회의를 왜 12차까지 했느냐, 모멸감을 느낀다’는 식의 말이 오갔다”며 “왜 5%로 수수료를 내리지 않았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10차례가 넘는 협의체 회의에서도 차등 상생방안 수준을 두고 입점업체끼리 수시로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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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업체 85% 이상이 연 매출 1억원 초과…비(非)프랜차이즈보다 매출 30~40% 높아

배달업계에서는 상위 35% 입점업체가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다. 치킨 3사(BHC·BBQ·교촌)을 포함해 피자헛·버거킹·롯데리아·던킨도너츠 등 국내외 대기업 가맹점이 주축이다. 가장 영향력이 높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직접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5% 수수료율 이하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내왔다.

당초 상생협의체는 배달앱들에 수수료 방안을 주문하면서 ▲수수료율 평균 6.8% ▲거래액 하위 2%에게 수수료율 2% 책정 ▲배달비 1900~2900원 유지 등을 요청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수수료가 인하됐지만, 배달비가 소폭(500원) 오르자 반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반대에 배달플랫폼 업계에선 “매출이 높은 가맹점보다 수익이 미미한 영세업체를 적극 지원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非)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연 평균 매출은 2억2126만원으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2억8006만원)보다 27% 높았다. 연 매출이 1억원이 안 되는 프랜차이즈는 13.9%에 불과한 반면, 비프랜차이즈 업체는 이 비중이 31.9%로 2.3배 높았다. 즉, 프랜차이즈 업체의 85% 이상이 연 매출 1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정위가 올 봄 9934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가맹점 수는 17만9923개로 평균 연매출액은 3억1400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매출이 비프랜차이즈보다 30~40% 높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국내 음식점 수는 57만2550개로, 프랜차이즈 가맹 음식점 수보다 훨씬 많다. 이에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매출이 낮은 비브랜드 업체가 훨씬 많아 이들에 대한 지원이 보다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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