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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무한도전'서 19禁 성인용 만화책 버젓이 전파 타…네티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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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한 스포츠신문에 연재됐던 성인만화 ‘여자전쟁’을 들고 나와 “(이 만화를 보면) 둘째를 가질 수 있다” 등의 말을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무한도전’에서는 ‘2013 자유로 가요제’를 앞두고 멤버들과 뮤지션 7팀이 한 자리에 모여 선상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방송됐다. 방송 말미에서 이들은 모두 자신의 애장품을 하나씩 가져와 추첨을 통해 서로에게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에서 정형돈은 60권짜리 풀 세트 만화책을 애장품으로 준비했다. 정형돈이 가져온 만화책을 본 개그맨 유재석은 표지를 황급히 가리며 “그림이 야하다”고 귀띔했고, 이에 가수 유희열도 관심을 보였다.

추첨결과 만화책의 주인공으로는 박명수가 당첨됐다. 그러자 정형돈은 박명수에게 “형수님 없을 때 봐, 둘째 가질 수 있어”라고 말했다.

이 만화책는 박인권 화백의 ‘여자전쟁’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포츠경향’에 연재된 이 만화는 ‘성(性)’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한 여자를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다투는 내용, 장애로 성생활을 못 하는 아들을 위해 노력을 하는 모성, 신혼여행지에서 성불구가 된 후 기구한 운명을 겪는 부부의 이야기 등이 담겼다.

현재 이 만화는 포털 사이트에서 한 권당 300원에 제공되고 있으며, 스포츠경향 홈페이지에서는 성인인증을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

정형돈 만화책/MBC '무한도전' 캡처


해당 만화를 그린 박인권 화백의 만화 가운데에는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된 만화가 많다. ‘독한놈’, ‘신의 남자’ 등도 그런 만화다. 이 만화엔 살인·방화, 아동·청소년 성추행, 근친상간 등이 등장한다. 맥락 없는 성폭행은 기본이고, 패륜적 내용도 넘쳐난다. 범죄와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묘사도 적나라하다. 이 같이 선정적인 내용이 지나쳐 심의 당국으로부터 ‘청소년 유해결정’이 내려진 만화는 2011년 한 해에만 2000여 권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재영(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간행물 심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청소년 유해결정이 내려진 만화는 1839권으로 나타났다. 2009년 880권에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심의를 거친 전체 만화책 가운데 청소년 유해결정이 내려진 만화책의 비율도 2009년 11.8%, 2010년 19.9%, 2011년 30.3%로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유해결정이 내려진 만화가 늘어나는 동안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청소년 성폭행 범죄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8배 증가했다.

상황이 이런데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인지도가 높은 개그맨이 성인 만화책을 들고 나와 “(이 만화책을 보면) 둘째를 가질 수 있다”는 등의 말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형돈 만화책 소식을 접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공중파에서 이래도 되나? 만화 내용 보니 심각한 수준이던데…”, “이번엔 정형돈이 좀 경솔했던 것 같다”, “성인만화책을 애장품으로 가지고 나올 순 있어도, 모자이크를 철저히 하고 관련 발언은 조심하는 등 주의가 필요했다” 등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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