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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현대중 울산조선소 노조·유족 “사망한 노동자 질식 가능성…관리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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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밀폐 구역에 작업 전 산소농도 수치 등을 작성한 한 관리자의 측정기 전원이 꺼져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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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밀폐 구역에서 배관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노조와 유족 등이 산업재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노조는 밀폐구역 내 산소농도 측정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현장 실태를 고발했다.



14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등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20분께 에이치디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2도크 3338호선 메탄올 탱크에서 하청노동자 전아무개(36)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날 오전 11시2분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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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밀폐 구역에서 측정기 전원도 켜지 않은 채 관리자가 작업 전 산소농도 수치 등을 작성한 서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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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전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건강상의 이유’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부검의를 면담한 전씨의 매형 이창준(44)씨는 “처남(전씨)의 심혈관과 뇌혈관 상태가 건강하진 않지만,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라고 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와 유족은 전씨가 밀폐 구역에서 질식 등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께 휴식을 마친 뒤 전씨는 홀로 작업 현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는데, 사흘 전 현장에서 아르곤 용접 작업이 이뤄졌다. 유족들은 아르곤 가스가 바닥에 고여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색무취의 불연성 기체인 아르곤 가스는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산소 결핍으로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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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밀폐 구역 앞에 설치된 산소농도 자동측정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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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밀폐 구역의 산소농도 측정은 아침 작업 전, 오전 10시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오후 3시 휴식시간 뒤에 총 4번 하기로 돼 있다”며 “사고 이후 밀폐 구역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허위기재, 시설물 관리 부실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산소농도 측정기를 켜지도 않고 서류에 수치를 작성하는 관리자, 자동측정기의 호스 끝이 케이블타이로 묶여 밀폐 구역이 아닌 외부 바닥에 내팽개쳐 있는 모습 등을 담은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유족 이씨는 “다른 밀폐 구역도 엉망인데 사건 현장이 제대로 관리됐겠냐”며 “산소농도를 측정했다며 (사쪽이) 보여준 사진도 오전 10시는 없고, 어디서 어떻게 찍은 건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과 노조는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와 함께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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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14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울산지역에 잇따른 중대재해 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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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부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전씨의 사망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공기를 채집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는 한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디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밀폐 구역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협력사를 포함해 일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고 협력사와 작업자 교육 등으로 안전관리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사망한 전씨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부검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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