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인 최창일씨(왼쪽)가 딸과 함께 찍은 사진. 딸 최지자씨 제공 |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고 최창일씨의 무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최씨가 간첩 누명을 쓰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지 50년 2개월, 최씨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4년10개월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최씨 재심 사건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최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1941년 일본에서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난 최씨는 도쿄대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에서 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보안사는 최씨가 간첩 활동을 하려 한국에 입국했다며 1973년 최씨를 2개월 넘게 불법 구금하면서 간첩 활동 자백을 받아냈다. 이어진 재판에서도 최씨는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1974년 검찰은 최씨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이후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때까지 6년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최씨의 딸 나카가와 도모코(한국이름 최지자)는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1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최씨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하기도 했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최창일씨의 딸 최지자씨가 지난 5월23일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장현은 기자 |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지난 5월23일 “피고인의 모든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은 남북 분단이 빚어낸 이념 대립 속에서 한 사람의 지식인이자 성실한 대한민국의 국민, 그리고 가장이었던 최창일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라며 “최씨가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심 과정 전반에 걸쳐 최씨의 유죄를 주장했다. 지난 2020년 최씨 재심청구에서 “불법구금이 증명됐다고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재심 기각 의견을 냈다. 재심 법정에서도 여전히 최씨가 1973년 법원에서 한 진술을 근거로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최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피고인의 법정진술이 증거능력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능력 있는 보강 증거가 있다”며 상고를 강행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14일 검찰의 상고가 이유 없다고 판단하며 기각했다. 검찰의 상고로 시기가 더 늦어졌지만, 최씨는 50년 만에 완전히 무죄를 확정받게 됐다. 최씨를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동시에 검찰의 2차 가해를 규탄한다”며 “검찰은 50년 전 자신들의 과오와 재심 절차에서의 2차 가해를 유족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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