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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

인보사·케이캡… ‘흥행 보증’ FDA 신약 승인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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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장 도전하는 K신약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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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은 지난 3분기 매출 5988억원, 영업이익 545억원(별도 기준)을 기록해 분기 최고 실적을 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지난 8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렉라자’다. 렉라자를 기술 이전받은 얀센에서 수령한 기술료 약 800억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유한양행은 향후 미국 내 판매에 따른 수수료도 받게 된다.

승인만 되면 ‘대박’인 FDA의 문턱을 넘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도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지난 임기 때와 비슷하게 신약 허가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업체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약 산업은 글로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국내 업체들은 높은 부가가치를 갖춘 신약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10번째 FDA 신약 주인공은?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은 20여년간 총 9종이다. 국내에선 다양한 신약이 글로벌 임상시험을 거치며 FDA 허가를 노리고 있다. 우선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7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한국 출시명 인보사케이주)’가 FDA 임상 3상의 환자 투약을 마무리하고, 추적 관찰을 진행하고 있다. TG-C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다. 국내 환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나 2019년 FDA 임상 과정에서 주사액 성분 착오로 임상이 중단됐고 국내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이후 소명 절차를 거쳐 2020년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했고, 이듬해부터 환자를 모집해 1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마쳤다. 미국 임상 3상 비용만 2000억원에다. 회사는 골관절염의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만큼, TG-C가 임상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2년 202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회사는 2026년 7월까지 추적 관찰을 마친 후 FDA 품목 허가 신청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임상이 진행된다면, 미국 시판은 이르면 2028년 가능할 전망이다.

HK이노엔은 미국 제약사 세벨라와 함께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캡은 약효가 빠르고 복용 편의성이 높은 3세대 위장약으로, 2019년 출시 이후 누적 처방액은 6500억원이 넘는다. 내년 상반기 중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FDA 허가 신청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HLB는 간암 치료 신약 ‘리보세라닙’의 재승인 서류를 지난 9월 FDA에 제출했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으로 FDA 허가를 노렸지만, 지난 5월 FDA에서 보완 요구를 받았다. 내년 초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 밖에도 한올바이오파마의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 ‘바토클리맙’, 아리바이오의 치매 치료제 ‘AR1001′이 이르면 내년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FDA 허가에 도전할 전망이다.

◇블록버스터 신약 위해 정부 지원 필요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첫 FDA 승인을 받은 후 10여 년간 성과를 낸 신약은 없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2~3년에 한 번꼴로 FDA 승인 신약이 나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력과 상업성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역량만으로 FDA 신약 허가를 받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대다수 국내 업체는 FDA 허가 절차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제약 업체에 기술 이전을 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신약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 비해 R&D 비용이 절대적으로 적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신약 공동 개발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정부의 R&D 지원 강화와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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