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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사설] 한국인이 中서 정보기관 촬영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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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6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함이 한국·미국·일본 3국의 최초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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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드론으로 촬영한 40대 중국인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렌터카를 타고 서울 국정원으로 가 드론을 띄웠는데 경찰에는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헌인릉을 촬영하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헌인릉은 내곡동 외진 곳에 있어 내국인 방문도 드문 곳이다. 헌인릉을 핑계로 인근 국정원을 찍은 것이다. 지난 6월 부산 해군 기지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찍던 중국인 3명이 붙잡혔는데, 이들의 디지털 기기를 분석해 보니 최소 2년간 다른 군(軍) 시설을 촬영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당시 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

정보기관이나 군사시설, 전략 무기를 몰래 찍는 건 간첩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내 중국인들은 대담하게도 백주에 드론을 띄워 국정원과 미 항모를 촬영했다. 이는 한국 형법과 군 형법이 ‘적국(북한)’을 위하는 행위만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어 외국인이 한국에서 벌이는 반국가 정보 활동은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중국이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국정원 촬영 중국인은 ‘항공안전법’ 위반, 미 항모 촬영자는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 정도만 받고 있다.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 의혹을 받아 온 서울 중식당 운영자도 간첩죄가 아닌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만 적용돼 기소됐었다.

반면 중국은 반도체 관련 일을 하던 우리 교민을 작년 12월 간첩 협의로 체포해 지금껏 구금하고 있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대한 ‘개정 반간첩법’을 한국인에게 처음 적용한 것이다. 중국에서 찍은 사진에 군 시설 등이 일부 들어갔다고 간첩으로 억류된 외국인이 수두룩하다. 북·중 국경에서 북한 모습을 촬영해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 만약 한국인이 중국에서 중국 정보기관이나 해군 기지에 드론을 띄워 촬영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국회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여야 입장 차도 크지 않다. 하루빨리 간첩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대공 수사 역량을 무력화한 국정원법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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