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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석유·가스는 신의 선물”… 기후총회 찬물 끼얹은 의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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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기조연설 파장

“녹색에너지 지지하나 현실 직시를”

천연가스 주수입원인 아제르바이잔

기후총회 개최국 자격 논란도 커져

“투자 유치 위해 총회 이용” 지적도

“석유와 가스는 ‘신의 선물’이다. 이 자원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비난해선 안 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 이틀째인 12일(현지시간) 의장국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화석연료의 대표주자인 석유와 가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총회가 합의한 ‘탈(脫)화석연료’ 흐름을 거스르는 발언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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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예프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풍력·태양·금·은·구리와 같이 석유와 가스도 모두 천연자원이다. 이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국가들이 비난받아선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시장은 석유와 가스를 필요로 한다”며 “COP29 개최국의 대통령으로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의 발언에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의 ‘의장국 자격’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과 비(非)오펙 산유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에 소속돼 있으며 천연가스도 생산한다.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국가 주요수입원인 탓에 아제르바이잔이 이번 COP29를 자국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기회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실제로 향후 10년간 가스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아제르바이잔을 의장국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제르바이잔이 개최국으로 결정된 배경에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COP29 의장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가 맡을 차례였는데, 러시아가 의장국 선정이 만장일치 합의로 이뤄진다는 점을 이용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국가들에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러시아의 우호국인 아제르바이잔이 최종 선정됐다는 것이다.

진정성을 의심받던 의장국 대통령의 ‘찬물 끼얹기’에 COP29 핵심 의제인 ‘기후재원 조성’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이번 총회의 최종 목표는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 위기 대응·적응에 필요한 재원을 얼마나, 어떻게 조성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회 개막을 앞두고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재탈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미 목표 달성 동력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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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채취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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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9의 성과를 향한 기대감은 식어가고 있지만 탈(脫)화석연료의 필요성은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이날 COP29에서 새롭게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0.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삼림 벌채에 따른 배출량까지 합하면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가스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 등의 사용량 확대로 연간 2.4%라는 역대급 상승률을 보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로 석유 연소에 따른 배출량도 0.9%나 늘어났다. 석탄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배출량이 크게 줄고 있지만,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에서 무려 4.6%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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