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동덕여대 학생들의 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강의실 건물 점거 시위로 인문관 출입문이 폐쇄되면서 배달되지 못한 택배 상자들이 쌓여있는 모습.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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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검토를 둘러싼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졸업한 동문 선배들도 재학생 시위에 가세해 ‘졸업장 반납’ 운동에 나섰다. 학생들의 점거로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13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의 본관·인문관 등 건물 내 강의실 대부분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남녀공학 전환 검토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전면 거부하고 건물을 점거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다. 학생들은 학생증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교수와 교직원의 강의실 출입을 막았다. 학교 측은 이날 교수들에게 “가급적 출근하지 말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라”는 공지를 내렸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부 운영과 행정이 전면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교문 앞엔 근조 화환이 줄을 잇고, 바닥에 학생들이 벗어둔 과 점퍼만 전날보다 더 늘었다. 건물마다 배달되지 못한 택배 상자가 쌓이고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지하 주차장 입구에도 의자 여러 개가 쌓였다. 재학생 A씨(4학년)는 “차별이 존재하는 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주는 여대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SNS엔 이날 오전 연구실을 찾은 한 교수를 일부 학생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날에도 출입이 막힌 교수가 벽돌로 문을 강제 개방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돌했고, 교직원들이 건물 안에 갇혔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소방이 출동하기도 했다. 김명애 총장은 “폭력 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외부 단체와 연계돼 피해를 보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밝혔다.
시위의 성격과 수위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과거와 달리 여성도 똑같은 교육권이 보장되는 시대에 여대가 왜 필요하냐”, “여대는 역차별”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재학생 이모씨는 “시위에는 참여하지만, 속도가 너무 급하고 방법이 다소 과격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동덕여대 학생을 상대로 칼부림을 예고한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2시쯤 운동장에 모여 시위를 하던 학생들이 지나가는 주민을 보고 “둔기를 든 남성이 캠퍼스를 서성인다”며 오인 신고를 하면서 시위 인원 전원이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동덕여대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반납하는 형식의 시위를 했다.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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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동문을 비롯해 주변 여대에선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졸업생들은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 기죽지 마 후배들아”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을 동원하거나 졸업장을 반납하는 시위를 벌였다. 졸업생연대는 “창학 이념을 훼손하는 날치기 공학 전환 시도를 멈추고, 재학생과 졸업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여성 교육을 실현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재학생들은 한혜진·서현진 등 동덕여대 출신 여성 연예인을 언급하며 “모교를 위해 선한 영향력 발휘해달라”는 글을 SNS상에 올리기도 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도 “머지않아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 공학 전환 강력 반대”라는 입장을 냈고, 최근 국제학부 남학생 모집에 반발했던 성신여대 학생들도 과 점퍼를 벗어두는 시위에 돌입했다. 각종 여대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생수·간식 등 물품과 기부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1일 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단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대거 반발하며 촉발됐다. 학교 측은 “결정된 건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이슈가 불거진 만큼 학생들과 충분한 토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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