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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700조짜리 빈살만 사우디 야심작 ‘네옴 프로젝트’ 신기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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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네옴의 최고경영자(CEO) 나드미 나스르가 2018년 10월2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네옴은 12일(현지시각) 그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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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작으로 추진해온 미래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가 돌연 교체됐다. 그동안 여러 잡음으로 삐거덕거려온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축소 조정 등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끈다.



네옴은 1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나드미 나스르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며 “아이만 무다이피르가 최고경영자 대행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나스르는 2018년부터 네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로 일해왔다. 네옴 쪽은 그의 사임 배경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사임이 그가 이끌어온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와 대대적인 인사개편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몇달 전에도 네옴 프로젝트의 미디어 분야를 담당하는 임원 웨인 보그와 직선도시 ‘더 라인’ 사업의 개발을 지원해온 임원 안토니 비베스가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등 핵심 임원이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그는 2017년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망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으로 홍해와 주변 사막과 산악지대에 2만6500㎢(서울 면적의 44배) 넓이에 친환경 스마트 미래 신도시와 첨단 산업단지, 산악 스키리조트 등을 짓겠다는 네옴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특히 네옴 프로젝트에는 길이 170㎞, 너비 200m의 부지에 500m 높이의 고층 건물 두 동이 나란히 세워지는 주거단지 더 라인 건설 구상이 포함되어 주목을 받았다. 더 라인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고속열차와 에어택시로 이동할 수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더 라인에 사는 주민 수가 2030년까지 100만명에 이르고 2045년에는 9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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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옴 프로젝트는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 잦은 인사 교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비의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는 5천억달러(약 703조원)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네옴의 전직 임직원 발언을 인용해 더 라인 사업비만 2조달러(약 2813조원)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정부는 최근 몇년 사이 국제유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도 재정적자가 210억달러(약 29조5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네옴 프로젝트의 불어난 사업비를 감당할 처지가 못 된다.



사우디 정부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주식 16% 등 1조달러(약 1405조원) 규모의 국부펀드(PIF)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도 당장 현금화하긴 어려운 자산들이다. 사우디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메우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가 네옴 프로젝트의 규모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엔 월스트리트저널이 자금난과 기술적 문제로 더 라인의 경우 2023년까지 완공할 수 있는 구간은 전체 170㎞ 중 2.4㎞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에 임명된 무다이피르는 2018년부터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역 부동산 사업부 책임자로 일해온 인사다. 네옴은 “네옴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새로운 경영진이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전망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운영의 지속성과 민첩성, 효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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