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경대 본관에서 농성 중인 대학생 등 10여 명 경찰에 연행
경찰 200여 명 학내에 진입해 물리력 동원
학생단체 "본관 농성 마치고 나가려 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주장
부경대 측 "외부에 인파 몰려 정문 닫았고, 후문은 열려 있었다"반박
대학생단체·민변 "초헌법적 법 집행이자 과잉 대응" 비판
9일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 국민투표 허용'을 두고 총장 직무대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던 대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부산윤석열퇴진학생행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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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경대학교에서 정권 반대 운동과 관련해 농성을 벌이던 대학생 등 1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대학과 경찰은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입장이지만 대학생 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시대를 역행하는 사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농성 중인 학생 10여 명 연행에 경찰 200여 명 투입…경찰 등 "과잉 대응 아니다" 반박
13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경대학교 학생이 포함된 대학생 단체는 지난 7일 부경대 본관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달 대학 측이 정권 퇴진과 관련한 학내 투표를 불허하는 등 정당한 정치 활동과 의견 수렴을 방해했고, 이에 대해 총장 직무대행 면담을 요구했다.
사흘째인 9일 저녁 학생들은 면담 요구가 성사되지 않자 농성을 해제했다. 대학본부 1층으로 내려와 건물에서 나가려 했지만, 대학 측은 건물 정문을 폐쇄한 뒤 후문으로 나갈 것을 유도했다. 학생들은 정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며 대학 관계자 등과 대치를 시작했다. 그 사이 본관 건물 외부 광장에도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은 대학 내에 200여 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학생 8명과 외부인으로 알려진 2명 등 10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동퇴거불응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연행된 10명은 3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학생 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안 정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라는 반응과 함께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이자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폭압적인 처사"라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도 대학생 단체 등 집회 인원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경찰이 학내에 진입해 대치했고,여러 명이 학생 한 명을 제압해 끌고나가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연행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부경대 측은 내부에서 농성 중인 학생 외에도 건물 밖에 수십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위협을 가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부경대 관계자는 "농성을 해제한 학생들을 내보내기 위해 1층 정문을 열었는데, 이후 외부에서 50~60명에 달하는 인파가 집회를 벌이고 본관 진입을 시도해 다시 문을 닫은 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건물 1층 후문이 열려있어 나갈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농성 중이던 학생들은) 나가지 않았고,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해 경찰에 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 역시 계속된 퇴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아 학생을 연행했다며, 절차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계속된 퇴거 요청에도 명백하게 요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했다. 정무적인 판단 등은 전혀 없다"이라며 "당일에는 신원 등을 확인한 후 4시간 후 귀가 조치했고 추가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정문 앞에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 공권력 진압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산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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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단체와 민변, 부경대·경찰 비판 기자회견…"초헌법적 법 집행"
대학과 경찰의 설명과 반박에도 파문은 지역사회 전반으로 더욱 확산하고 있다.
'부산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오전 11시 부경대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경대와 경찰이 대학생의 정당한 정치참여를 공권력으로 진압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학생단체는 "대학생들이 학내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모아나가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임에도 부경대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며 "총장 직무대행과 면담하겠다는 요구는 묵살한 채 건물 본부를 폐쇄하고 대학생들을 고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장실 앞에서 기다린 학생은 8명에 불과했지만, 경찰은 수백 명이 집결했고 오후 8시 30분 자진해서 나가려던 학생들은 3시간 뒤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며 "학내 정치 활동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경찰력으로 틀어막았다"고 강조했다.
민변 역시 기자회견에 동참에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민변 부산지부는 "부경대는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학칙을 근거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학생들의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침해하는 만행을 보였다"며 "의견의 다양성과 개방성, 기본적 인권이 존중돼야 하는 대학교에서 초헌법적이고 위법한 행위가 자행되는 것을 결과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농성을 종료하고 1층으로 내려와 3시간 동안 정문 봉쇄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이 아니라, 오히려 퇴거희망자들이었다"고 주장하며 "부산경찰청은 현행범이라고 볼 수 없는 청년 학생을 무리하게 강제 연행하고 헌법상 적법 절차의 원칙과 법률 제 규정을 무시한 채 자의적인 법 집행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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