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이제는 “대학 등록금 인상이 아닌 현실화”다 [왜냐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 9월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수시 전문대학 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수험생이 참가 학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변창우 | 한국 전문대학 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대학 등록금은 2009년부터 동결된 상태이며, 2011년에는 등록금 법정 상한선과 맞춤형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대학 등록금 동결 규제가 완성됐다. 현실은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지만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게 되면서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동결을 해오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았을 때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보다는 정부에서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고물가로 이어졌다.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현 사립대학의 경우 고정 경상비용,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 등의 지출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교육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재정적 한계에 도달한 일부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서라도 등록금을 올리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등록금 동결로 교육 경쟁력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교육 환경 악화의 피해는 결국 학생들의 몫이다. 이와 함께 대학 우수 교원의 채용이나 시급한 교육환경 개선이 어렵다 보니 인재 양성과 학문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실습수업이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새 기자재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며,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재정 여건 등의 악화로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전반적으로 대학 수준이 하향 평준화됐다. 물론 각종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정년 트랙 전임교수와 강사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 전공은 연봉이 안 맞아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학금과 교육·연구·개발 예산은 줄어들고 있으며, 노후화한 강의실과 실습실 환경, 교직원의 인건비 동결, 교원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교육의 질 향상을 논할 수 있을까?



이제는 “등록금 인상이 아닌 현실화”라고 말해야 한다. 지난 1월 일반대학 총장 설문조사에서도 49.1%가 ‘올해나 내년 중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3월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는 국·공립대학 전면 무상등록금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현재 대한민국 대학 가운데 사립대 비율은 약 85%에 이르며, 대학생 가운데 70%가 넘는 이들이 사립대에 다니고 있다.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등록금 규제와 대학 재정 지원의 폭을 늘리는 합리적·미래지향적인 개선안, 이제는 늦출 수 없고 추진이 시급하다.



▶▶지금 가장 핫한 뉴스, 빠르게 확인하세요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