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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질주해 떴다…美킬러드론, 한국 함정서 첫 이륙실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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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7, 6…. 무인기 이함!”

12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에서 약 28㎞ 떨어진 동해 연안. 해군의 대형수송함 독도함(LPH·1만 4500t급)의 비행 갑판 위에서 미국 제너럴아토믹스(GA)의 중고도 무인 정찰공격기 MQ-1C 그레이이글 스톨(STOL) 모하비(이하 그레이이글) 시제기가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함미 비행 갑판 끄트머리에 서 있던 그레이이글은 신호가 떨어지자 꼬리를 들고 순식간에 속력을 높였다. 약 100m 지점에서 동체는 “슈우웅” 소리와 함께 가뿐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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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북 포항 동해상에서 해군의 대형 수송함 독도함의 고정익 무인기 '그레이이글' 전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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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고정익 무인기를 해군 함정에서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이었다. 마치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날아오르듯 활주로를 달려 무인기를 이륙시키는 방식을 한국 함정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해군은 기존에 수직 이착륙 무인기를 운용해 본 적이 있지만, 고정익 무인기를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레이이글은 랜딩 기어를 내린 채 착함 모드로 느리게 근접 비행하는 ‘더티패스’, 시속 185.2㎞ 이상으로 빠르게 비행하는 ‘클린패스’ 모드를 시연한 뒤 포항의 지상 이륙장으로 이동했다.

이런 시도는 병력 감소로 '배 탈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이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으로 눈을 돌리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무인 전력이 필수로 떠오르며 군은 첨단 무인 체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이번 전투실험은 무인 전력의 효용성을 검증해 미래 전장 환경의 변화와 병력 감소 등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다양한 무인 전력을 조기에 도입 및 운용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 군사강국도 ‘가성비 템’이자 병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무인기(UAV 또는 UAS), 무인수상정(USV)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력 개발의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특히 ‘하늘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나 그레이이글 등 고정익 무인기는 회전익에 비해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기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그레이이글이 독도함에서 이륙·근접 비행을 하는데도 꼬리 부분의 프로펠러 소리만 약하게 들릴 뿐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근접하면 옆 사람과 대화도 불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심한 회전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는 무인기가 하늘에서 전개하고 있더라도 적이 쉽게 탐지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 유인 전투기·초계기에 비해 장시간인 20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전투실험에 투입한 그레이이글은 한번에 최대 25시간 작전을 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도입 시 최신 해상초계기 P-8과 함께 한반도를 24시간 정찰하는 게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레이이글은 미 육군이 운용하며 ‘킬러 드론’으로도 불린다. 주한미군도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그레이이글 익스텐디드 레인지(ER) 12대를 배치해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에 따르면 미 육군 관계자가 이번 실험 참관을 위해 미 본토에서 합류했다.

해군이 전투실험에 동원한 그레이이글은 GA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버전이다. 단거리이착륙(STOL·short-takeoff and landing) 기능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GA는 이 버전에 '모하비(미 캘리포니아 사막)'란 이름을 붙였는데, 거칠고 척박한 환경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항공모함이 없는 한국군이 대형 수송함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고정익 무인기의 전투실험 대상으로 이 모델을 낙점한 배경이다. 독도함의 갑판 길이는 199m다. 통상 항공모함의 갑판 길이는 최소 300m로, 항모에서도 전투기 이·착함을 위해 사출기(캐터펄트)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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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측은 그레이이글 스톨을 독도함에 최대 6대 싣는 것으로 구상했다.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최대 16기를 탑재할 수 있다. 공대공 스팅어 미사일, GBU 소형 직경 폭탄, 대드론 기능 등이 추가됐다. 유효 탑재 중량은 1633kg이다.

다만 전투실험은 정식 소요 제기 전 새로운 무기 체계의 운용 개념과 요구 능력 등을 점검하는 절차다. 실험 결과 적합도를 따져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아직 착륙은 못해…"플랫폼 구상도 함께"=독도함은 애초에 항공모함으로 설계된 게 아닌 만큼 고정익 무인기를 운용하기엔 한계도 있다. 독도함의 가로 폭은 31m 가량인데, 아일랜드(함교·관제탑 등 돌출 부위)를 제외하면 무인기가 활주할 수 있는 폭은 21m에 불과하다.

그레이이글은 날개폭 16m·길이 9m로, 왼쪽 날개 끝이 독도함 밖으로 나간 상태에서 활주를 해야 안전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속력을 높여가는 이륙은 가능하지만, 착륙은 안전상의 문제로 이번 전투실험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군은 향후 유·무인 항공 전력을 탑재할 수 있는 함정 플랫폼에 대한 소요 제기도 함께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포항=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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