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6개월 만에 최고치
세계 각국, 강달러에 긴축 예상
‘슈퍼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 주의)’이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를 멈출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로 올해 피벗(pivot·정책 전환)에 나섰던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 기조를 재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13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강달러는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상승은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 약세와 커플링(동조화)을 이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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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106.02를 기록했다. 106선을 돌파하며 지난 5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주요국 통화는 약세다. 같은 시각 1유로당 달러 가격은 1.0617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달러화 강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미 흑자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며 일어났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과 같은 관세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는 글로벌 피벗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국가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주요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9월에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이후 이달 또다시 금리를 내렸고,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피벗 이후 10·11월 두 달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섰다. 스위스·영국·캐나다·스웨덴·뉴질랜드에 이어 한국도 지난달 피벗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국이 강달러로 전반적인 무역 침체를 겪고 있을 때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1년 후 신흥국 생산량은 1.9%포인트, 선진국은 0.6%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수입 업체의 비용이 상승하는 탓에 해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돼 전체 무역량이 감소하는 까닭이다. 전 세계 무역의 40% 이상은 달러로 이뤄진다.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1% 상승하면, 전 세계 국가 간 무역이 0.6% 감소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달러화 상승이 각국 정부 및 기업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는 점도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물가 안정 목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Fed는 금리 인하 속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각종 감세, 반이민 정책 등 공약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공화당이 행정부, 입법부를 장악하는 ‘레드 스윕’이 발생할 경우 미 물가 상승률이 2024년 3%에서 내년 3.6%로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UBS 유럽 콘퍼런스에 나와 “(Fed의) 내년 금리 인하 횟수는 지난 9월 예상했던 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가 ‘기축 통화’ 역할을 하는 만큼 이 경우 각국 중앙은행도 발맞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각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Fed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인도 중앙은행의 라구람 라잔 전 총재는 최근 “(트럼프가) Fed에 간섭하는 행위는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력이 통화정책에 관여하게 되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유인이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긴축에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8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Fed)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행정부 독립기관인 Fed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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