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경찰이 11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폭력조직과 교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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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조직이 수도 85%를 장악한 아이티에서 민간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려다 총격을 받고 회항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미국 스피릿항공은 11일 “미국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을 이륙한 자사 여객기 한대가 도착지인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국제공항에 다가가다가 총격을 받고 항로를 바꿔 옆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의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스피릿항공은 “승무원 한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다친 승객은 없다”고 덧붙였다.
착륙 뒤 살펴본 결과 기체에 총탄에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 스피릿항공 대변인 토미 플레처는 “기체에 총격과 일치하는 피해 증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날 해당 여객기에 탔던 한 승객은 “‘탁탁탁’ 하는 소리가 들리고 기내 금속과 플라스틱 부분이 깨져 나갔다”며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뒤이어 공항에 접근하던 제트블루와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도 착륙을 포기하고 돌아갔으며, 공항은 잠정 폐쇄됐다.
총격은 지상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부 세력이 포르토프랭스로 드나드는 것을 막으려는 폭력조직의 시도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티는 오래전부터 폭력조직의 살인, 방화, 폭력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이들 폭력조직의 활동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피살된 이후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엔은 폭력조직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85%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인 아이티의 치안 유지를 위해 케냐 경찰이 다국적안보지원(MSS)이란 이름으로 파견되어 현지 군경과 활동하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 부족 등으로 폭력조직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공항 총격은 아이티 과도위원회가 10일 게리 코닐 임시 총리를 취임 다섯달 만에 해임한 다음날 일어났다. 과도위원회는 지난 4월 대선 준비 등을 위한 임시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코닐 임시 총리와도 몇몇 각료 임명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위원회는 이날 기업가 출신인 디디에 피세메를 새 임시 총리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코닐 임시 총리는 “총리의 해임은 의회의 권한으로 과도위원회는 총리를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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