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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월)

대형로펌 뛰쳐나와 ‘계약관리 AI’ 리걸테크 선두주자 되다 [혁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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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리걸 AI 솔루션’ 개척 임정근 BHSN 대표
계약 ‘관행’ 불투명성 문제점 인식
비즈니스 의사결정인 계약행위
플랫폼 관련된 법률적 문제들
계약·준법리스크 AI 적용해 해결
올해 ‘앨리비’ 브랜딩 본격 나서
CJ·SKT·한화솔루션 등 고객사
외국어 데이터베이스 확보 중
글로벌 기업들 서비스 확장 목표


파이낸셜뉴스

임정근 BHSN 대표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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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거래 관행대로 하시죠"

계약을 맺을 때 있어 관행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치트키'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불투명성과 동의어기도 하다. 리걸테크 기업 BHSN은 관행이 낳는 불투명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에서 탄생했다.

지난 2020년 BHSN을 설립한 임정근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수년간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그가 국내외를 오가며 수많은 계약에 관여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은 불투명성이었다. 임 대표는 "해외에 나가보면 외국 변호사들은 계약을 맺을 때 데이터 기반의 논리와 합리적 근거를 들며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계약의 다양한 변수에 따른 결과와 리스크를 정리하고, 과거에 사례들을 데이터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가 아닌 계약 담당자 개인 역량에 의존하다 보니, 거래 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행이다, 원래 그렇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존 계약서를 다 확인해보지도 않았는데 관행인지 어떻게 알까,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임 대표를 만나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형로펌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왜 생소한 테크 분야로 뛰어들었나

▲ 원래 어릴 때부터 게임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등 IT 기술에 대한 그 관심이 있었다. 처음 대형로펌에 들어갔을 때는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계약을 맺고 이런 판타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이던 것과 달랐다. 업무적인 성취도 있었지만 나는 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본질적인 고민을 했다. 이후 AI가 터지면서 정보를 학습해서 가공해서 내뱉는 것이 사람과 뭐가 다를까 호기심이 들어서 가볍게 시작한 것이 사업적으로 커지게 됐다.

―BHSN은 올해 AI법률솔루션 '앨리비'를 출시하는 등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AI법률솔루션이라는 것이 뭔가

▲저희는 리걸 AI라는 이름을 쓰고있다. 보통 리걸테크나 법률 AI라고 하면, 소장을 써준다거나 판례를 찾아주는 등 변호사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식이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결국 기업에서 협상하고, 가격 책정을 하고, 계약을 맺는 행위는 비즈니스 의사결정인 동시에, 공정거래법 등이 적용되는 법률적인 문제다. 저희 서비스는 이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계약, 하나는 컴플라이언스(준법) 리스크 문제를 AI를 적용해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BHSN이라는 기업이 가진 차별성은 뭔가

▲AI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저희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설립 당시부터 데이터 수집, 학습, 가공을 시작했고, 그래서 AI 엔지니어들의 인력 규모가 상당히 크다. 기술 개발과 별론으로 AI를 어떤 분야에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저희는 실제로 AI를 적용해 어떻게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비효율성을 개선할지, 데이터를 어떻게 취급할지 등 이런 면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가 있는지

▲예를 들면 콘텐츠 IP 회사들하고 일을 할 때 보면 좋은 콘텐츠 좋은 IP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다른 회사들과 협력을 많이 한다. 게임 회사가 식음료 회사랑 협업을 하는 식이다. 그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텐데, 이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지게 될지 협의한다. 그런데 통상 협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작 계약에서는 권리 관계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약을 할때 회사 정책상 이 정도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혹은 계약 체결 이후 정책 이행 관리 등을 도와주는 식이다.

―계약이 중요한 만큼, AI의 오류 가능성을 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저희가 해봤고, 당연히 법률이나 계약서 검토, 계약서 번역 등에 특화된 만큼, 그쪽 부분에 있어서는 오픈AI의 최신 모델 챗GPT-4o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또 오류를 막기 위해 AI가 답변할 때 참고한 레퍼런스를 띄워주도록 했다. 예를 들면 채용 관련된 계약이라면,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에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나 법령 등 원문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 참조가 아니라 원자료를 보여주는 곳은 국내에서 저희밖에 없다.

― 직역단체와의 갈등은 없었나

▲없었다. 저희가 변호사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아니고, 소장이나 서면을 써주는 서비스도 아니지 않나.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간 거래(B2B)다. 물론 대형 로펌들이 하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부분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변호사 생산성이 올라가고, 법률 수요가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 기업에서 계약서 10만개가 있었다면 변호사들이 이 중 몇 개나 볼 수 있을 것 같나. 극히 적을 것이다. AI를 활용하면, 문제 소지가 있는 필요한 부분만 변호사가 보게 되고, 전반적인 수요가 늘 수 있다. 변호사 생산성도 늘어날 것이다.

―리걸테크 업계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가시적 성과가 있는가

▲올해부터 '앨리비' 브랜딩에 나서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벌써 CJ제일제당, SK텔레콤 등 대기업 고객사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부터는 한화솔루션에 계약 관리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내년에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저희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나 중국어 등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어나 다른 언어로 된 계약서도 잘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계약하는 미국이나 일본기업들도 쓸 수 있고, 국내 규제를 알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향후 저희가 이미 갖춰놓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장하고 싶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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