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헌법학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일으킨 친위 쿠데타와 유사하며 당시 국회가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제정한 '형법 제91조'에 위배되는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참여연대 등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내란죄의 법적쟁점과 헌정질서 수호' 토론회에서 박용대 변호사(민변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는 "국헌문란을 정의해 놓은 형법 91조는 우리나라에만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조문"이라며 "1952년에 지금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이승만의 친위 쿠데타를 경험한 국회에서 '현재의 집행 권력(대통령)이 물리력을 동원해서 국회를 침탈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내란 아니냐'라는 것을 좀 더 명백하게 정의하려고 형법 91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만의 친위 쿠데타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을 연장을 위해 당시 시행되고 있던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변경하는 헌법 개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고 국회를 무력으로 통제한 사건이다. 이에 국회는 대통령 등 권력자에 의한 국회의 폭력적 침탈이 재발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애초 개정안에는 없었던 형법 91조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중요 수정 항목'으로 정해 제정했다.
형법 91조는 '국헌문란'에 대해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형법 91조뿐 아니라 "대법원의 판단 사례에서도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고 사실상 상단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며 지난 3일 계엄군의 국회 침탈은 국헌문란의 목적이 명백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국헌문란 목적은 어떤 침해의 결과가 발생해야지만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라, 대법원이 밝힌 것처럼 국헌문란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폭동 행위, 국헌문란의 목적 등으로 폭동 행위를 하게 되면 기수에 이른다"며 "그래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 행위가 있으면 기수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대법원 1980년 5월 20일 선고 '80도306' 전원합의체 판결).
그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 행위'에 대해서는 실탄 1만 발 가량을 구비해 국회를 침탈한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의 병력만으로도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형법 91조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엄상섭 의원(제3대 국회의원)의 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의사당을 둘러싸고 폭동을 한 자는 그 동기 여하는 막론하고 내란죄를 범한 것이 된다'를 소개하며 "형법 91조를 보는 순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엄 전 의원의 글 가운데 '그 동기 여하'에 주목하며 "(윤 대통령은)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내란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상해서 내란을 했다'고 하는데, (엄 전 의원은) '그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너희들은 내란죄야'라고 하는 것을 명백하게 규정해 놨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탄핵심판, 충분히 인용 결정 나올 수 있는 사안"
헌법재판소 공보관과 선임헌법연구관을 지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야당의 잦은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 주장에 대해 "긴급재정명령 사건에서 헌재는 지난 1996년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판단은 1차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속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재량이라거나 아무런 근거 없이 성립하는 주관적인 확신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객관적으로 그 판단을 정당화 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했다며 "(야당의 예산 삭감이) 정부안 673조 중 4조 감액에 불과해 행정부의 마비를 불러왔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 "추가경정 예산 같은 제도적 해법이나 정치적 해법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의식 만으로 정당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음으로, 윤 대통령이 '야당 경고용'이라고 한 데 대해 "헌재 판례에 비쳐보면 국가 긴급권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권한이다. 필요하지만 위험한 권한"이라며 "헌법이 정한 발동 요건, 사후 통제 이런 것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확장된 해석이나 유추 적용 이런 것은 단호하게 거부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야당 경고용으로 계엄 선포했다는 논리를 성립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형법 77조 3항에 보면 계엄이 선포되면 언론·출판·집회결사의자유에 대해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걸 가지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니까 국회 부분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는데, "'국회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다'라고 해석하는 게 통설적인 입장"이라며 "일반 규정과 특별 규정이 상충할 때는 당연히 특별 규정이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법 해석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이 반론도 설득력이 낮다"고 했다.
이 교수는 통치행위와 관련해서도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헌재의 심사 대상이 된다"며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며 '헌재에서 판단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윤 대통령의) 말은, 헌재의 기존 확립된 법리와 상충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에 근거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탄핵 사유와 관련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해야 한다. 그 다음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어야 한다"면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한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거나 헌재의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수취 거부'하거나 제출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 모두 '중대한 법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계엄군 투입에 따른 국회 침탈 행위는 "계엄을 견제하기 위해 헌법이 예정해 놓은 정상적인 질서, 헌법 질서를 적극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특히 포고령 1조는 국회의원의 현행범 체포를 위해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합법성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범죄자 집단 소굴'이라거나 '괴물'이라고 하는 등 억압적 태도를 취하고, 국가 기관을 마비시키려고 한 것은 헌재가 얘기한 민주국가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탄핵심판 결론은 단순히 이번 계엄에 대한 회고적 펑가에 그치지 않고 장래 헌정질서의 보호를 위한 전망적인 지침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헌재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파면이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인지를 판단할 때 자신의 판단이 장래에 우리의 헌정 보호를 위해 어떤 지침을 제시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도 충분한 인식을 한 상태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탄절인 1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및 구속 촉구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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